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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당선자 北核 인식/최악상황 가정 "평화해결"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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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당선자 北核 인식/최악상황 가정 "평화해결" 강조

입력
2002.12.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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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당선자가 30일 한반도에 전쟁 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는 북한 핵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우려를 그 어느 때보다 확연히 드러냈다. 노 당선자는 이날 차기 국군 통수권자로서 처음 육·해·공 3군 본부 합동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북한에 대한 미국의 국지적 공격이 북한의 보복 공격에 의한 전면전으로 비화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노 당선자는 바로 이 같은 상황을 전혀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북한 핵 문제는 반드시 평화적인 방법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점을 누차 강조했다.김대중(金大中) 대통령도 이날 국무회의에서 "공산국가에 대해 억압과 고립화가 성공한 예가 없다"면서 "우리는 북한 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 속에는 김 대통령과 노 당선자 즉, 현 정부와 차기 정부가 북한에 대한 '맞춤형 봉쇄'등을 검토하고 있는 미측의 강경 입장에 반대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한미 양측의 향후 입장 조율 여하에 따라 이 같은 입장차가 갈등으로 발전할지 여부가 주목된다.

노 당선자는 이날 주한미군이 우리의 요구에 의해서가 아니라 미국의 전략적 입장에 따라 감축될 수도 있기 때문에 우리 군이 장기적인 전력 보완 대책을 마련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평화적 해결 필요성 강조

노 당선자가 전면전 상황으로까지 치달을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시나리오를 언급한 것은 그것을 막기 위해서는 평화적 해결 방법 외에 길이 없다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미국이 북한 핵 시설을 파괴하기 위해 국지적 공격을 가할 경우 북한은 남한에 대해 보복 공격을 가할 가능성이 높고 그렇게 되면 우리 군도 대응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 상정할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해당한다.

노 당선자는 "이 같은 상황에서 북한의 보복 공격에 대해 우리 군이 대응을 피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이며 이것이 전면전의 우려"라고 말했다.

노 당선자는 "대화를 끊고 응징도 해 보고 할 때에는 그와 같은 (우려스러운) 상황이 오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노 당선자는 이 같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언급한 뒤 "김대중 대통령과 내가 평화적으로 풀겠다는 자세에는 이런 상황에 대한 우려가 전제돼 있다"고 말함으로써 발언의 의도가 평화적 해결 필요성의 강조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

노 당선자는 그러나 "위험하지 않은 다양한 대응도 해 보겠다"고 말해 평화적 해결 방안 가운데서도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카드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부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일부에선 "미국의 국지 공격 가능성에 기초한 시나리오를 언급한 것은 앞서가는 것으로 북한을 자극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주한 미군 감축 가능성

노 당선자가 이날 주한 미군 감축 문제를 언급한 것은 미국의 움직임에 기초한 것이다. 최근 미국 내에서 주한 미군 감축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고 그것의 사실 여부를 떠나 우리 군이 전력 보강을 위해 장기적인 대비책을 마련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 노 당선자 발언의 요지다. 노 당선자는 "군은 변화된 상황에 대비할 수 있도록 5개 년 또는 10개 년, 20개 년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노 당선자의 생각은 가정에 기초한 것이기는 하지만 자주 국방의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해석되는 측면이 있다. 다만 주한 미군 문제는 한미 동맹관계의 근간을 이루는 민감한 문제라는 점에서 노 당선자의 공개적 언급이 다소 부적절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같은 지적을 의식, 노 당선자측에서는 노 당선자의 발언이 진의와 다르게 전달될 수 있다고 보고 보도에 협조를 요청하기도 했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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