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의 대화 개시를 알리는 신호탄인가. 콜린 파월 미 국무부 장관이 29일 주요 방송사를 돌며 인터뷰한 내용을 두고 미 정부의 북한 핵 대응 방식에 변화가 보인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미국이 북한과의 대결 태도를 누그러뜨려 대북 대화의 통로를 열어두고 있다는 것이 그 같은 관측의 포인트다.뉴욕 타임스는 30일 파월 장관의 발언에 대해 '미국, 대북 위협을 완화하다'는 제목을 달아 "조지 W 부시 정부가 북한의 핵에 대해 참을 수 없다는 완고한 입장에서 뒤로 물러섰다"고 평가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한발 더 나가 "미국이 아시아에서의 핵 대결을 가라앉히기 위해 북한과의 비공식 대화 창구를 열어 두었다"고 분석했다.
특히 이 두 신문이 주목한 것은 부시 대통령이 휴가 차 텍사스 크로퍼드의 목장에서 머물고 있는 동안 '정부 대변인'으로 지정된 파월 장관의 역할이다. 정부 내 온건파로서의 주장을 내세운 것이 서부 백악관에서 부시 대통령이 그의 참모들과 머리를 맞대고 논의한 끝에 내린 결론을 전달한 것으로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 포스트는 백악관이 파월 장관을 '포인트 맨'으로 전면에 세운 것은 북한을 대결이 아니라 외교로 다룰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파월 장관은 이날 5개 방송사의 토크쇼에 출연, "현재의 상황을 '위기'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심각한 상황'이라는 주석을 달았지만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군대를 동원하는 해법을 상정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날 미 정부 고위 관리들이 경제적·정치적 압박을 통해 북한의 경제붕괴와 외교적 고립을 유도하는 '맞춤형 봉쇄'정책을 언론에 흘렸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같은 상황을 종합하면 북한 핵 문제를 푸는 미국의 해법은 맞춤형 봉쇄 정책을 구사하면서 대화의 가능성도 열어 두는 양날개 작전으로 요약된다.
그렇다고 미국이 북한과의 직접 대화를 고려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맞춤형 봉쇄 정책의 핵심이 주변국과 국제기구를 통한 북한 옥죄기에 있듯이 대북 대화도 3국을 통한 우회적 방법이 될 가능성이 높다. 북한 핵 문제는 미국만이 떠안아야 할 문제가 아니라 국제 사회가 책임의식을 가지고 함께 해결해야 한다는 게 미국의 입장이다. 파월 장관은 "우리는 북한과 의사 소통하는 방법들이 있으며, 그들도 우리와 접촉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고 말해 미 정부 의도의 일단을 드러냈다.
문제는 북한이다. 북한은 "마주 앉지 않고서는 대화는 불가능하다"며 미국이 직접 협상 테이블로 나오기를 요구하고 있다. 결국 양측의 엇갈린 계산으로 북한 핵 문제는 쉽게 해결 수순을 밟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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