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전11시 인천 남동구청 광장 앞에서는 방학동안 굶주리는 결식학생을 위한 위문품 전달식이 열렸다. '남동구 사랑나누기운동 추진위원회'라는 단체가 구청측에 건네주는 행사였다. 쌀과 라면 등 2,000만원 상당의 물품은 트럭에 실려 결식 학생들을 찾아 각 지역으로 흩어졌다. 이 단체 회장 이진수(62) 목사는 "회원들이 일일찻집 수익금과 작은 정성을 모아 마련했다" 며 "남동구에만 1,800여명이나 되는 결식 초중고생들을 돕기에는 턱없이 모자란다"며 겸손해 했다.'남사랑'으로 불리는 이 단체는 IMF(국제통화기금)체제로 실업자가 양산되고, 우리 이웃들의 한숨소리가 커져 가던 1998년 12월 결성됐다. 당시 인천 남동구청이 주관한 '결식학생을 위한 모임'에 참석한 목사, 기업가, 의사, 금융인, 자영업자 등 지역 인사 26명은 "고통 받는 이웃들을 돕는 단체를 하나 만들자"고 제의, 자발적인 봉사단체 남사랑이 탄생했다.
남사랑의 불우이웃에 대한 사랑과 봉사는 발길이 닿지 않는 곳이 없다. 결식학생과 장애인시설에 대한 지원, 소년소녀 가장과 저소득주민 자녀에 대한 장학금지원, 사회복지시설 방문 등으로 남사랑은 5년간 4,100여명의 어려운 이웃들에게 사랑을 베풀어왔다. 추석 등 명절 때면 장애인시설을 방문, 휠체어와 물품을 지원하고 있으며, 올 8월에는 백혈병에 걸린 한 초등학생의 수술비용(1,500만원)을 쾌척하기도 했다.
이 단체의 선행이 널리 알려지면서 '나눔의 삶'에 동참하려는 지역 주민들이 줄을 잇고 있다. 결성초기 30명 남짓하던 회원수는 매년 늘어나 현재 700여명에 달하고 있으며, 매달 작게는 몇 천원, 많게는 몇 만원의 후원금을 보내주고 있다. 장수동에서 식당을 경영하고 있는 김현환(50·여)씨는 "어렵게 성장한 지난날을 생각해 작은 정성이나마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회원수 700여명의 단체지만 남사랑은 아직 사무실이 없다. "한 달에 한번 식당이나 회원들의 개인사무실을 빌어 모임을 갖고 있지만 어려운 이웃들을 돕는데 아무런 불편이 없다"는게 그 이유다. 남사랑 사무국장 박수병(45) 목사는 "봉사단체의 이미지가 퇴색될 우려 때문에 구청 등의 후원금도 사절"이라고 말했다.
/송원영기자 wy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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