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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경제계 인물 명암/실적 CEO "뜨고" 벤처 1세대 "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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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경제계 인물 명암/실적 CEO "뜨고" 벤처 1세대 "지고"

입력
2002.12.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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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은 최고경영자(CEO)들에게 꿈과 좌절을 동시에 안겨준 한해였다. 불투명한 국내외 경기를 정확한 예측과 결단으로 슬기롭게 이끌어온 이들은 새 도약의 초석을 다졌지만, 그렇지 못한 이들은 '침몰'했다. 재계 리더들의 명암(明暗) 속에는 올해 한국경제의 궤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임오년(壬午年) 한국 경제계 사령탑들의 키워드는 '미래 성장산업'과 '인재경영'이었다. 여기에 '중국'이라는 화두가 보태져 기업인들의 발걸음을 재촉했다. 이건희 삼성 회장과 삼성전자 윤종용 부회장은 이 같은 기치를 내걸고 삼성 독주 시대를 열었다. 삼성전자는 올해 휴대폰 부문 세계 3위로 도약했고, 정보기술(IT)산업의 극심한 불황 속에서도 사상 최대 실적을 일궈, 한때 삼성전자 시가총액이 소니를 추월하는 화제를 뿌리기도 했다. 삼성그룹 전체로는 135조원 매출에 총 15조원 순이익이라는 진기록을 세웠다.

구자홍 LG전자 회장도 기업 구조조정과 '1등 LG'를 목표로 18조4,000억원의 매출과 1조2,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창립 이래 최대 실적을 냈고, LG화학 노기호 사장도 알짜 경영으로 'CEO주가'의 명성을 높이며 투자자들에게 보답했다.

올 한국 산업을 먹여 살린 '효자'가 이동통신 단말기라면 박병엽 팬택 부회장도 그 돌풍의 중심에 있었다. 팬택은 현대큐리텔을 인수한 후 삼성전자 LG전자 등과 함께 국내 휴대폰 '3강'으로 떠올랐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올해 그룹 창업 50주년을 맞아 '대어(大魚)'를 낚았다. 특혜 시비에도 불구하고 치밀한 준비로 대한생명 인수에 성공, 직접 대표이사 회장까지 맡아 숙원 사업인 금융그룹으로의 변신을 지휘하고 있다.

누구보다 올 한해 '제 목소리'를 많이 낸 대한상공회의소 박용성 회장(두산중공업 회장)은 2월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에 뽑힌 데 이어 10월에는 국제상업회의소(ICC) 부회장에 선출돼 '겹경사'를 누렸다.

이동호 대우자동차판매 사장은 탁월한 마케팅능력과 뼈를 깎는 구조조정 노력을 발휘해 채권단의 채무탕감 없이 회사를 정상화하고,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서 졸업시켜 올 한해를 값지게 보냈다. 이용경 KT 사장도 민영화한 '통신 공룡'의 첫 수장을 맡아 올 한해 통신 한국을 주도한 인물로 부상했다.

구학서 신세계 사장은 불황 속에서도 빛나는 할인점 '이마트'의 돌풍으로 한국 유통사를 다시 썼다. 이마트는 할인점으로는 처음으로 올해 매출 5조원을 돌파했고 국내 50호점 점포를 열었다. 반면 이병규 현대백화점 사장은 경영 지휘봉을 오너인 정몽근 회장의 장남 정지선 총괄 부회장에게 내주고 상근 고문역으로 옮겼다.

재계의 세대교체 바람도 어느 때보다 거셌다. 창업 1세대인 조중훈 한진그룹 회장, 김재섭 영창악기 회장을 비롯, 2세인 박정구 금호그룹 회장, 허준구 LG건설 명예회장 등도 타계했다.

한국의 대표 벤처기업가로 촉망받던 최고경영자들이 줄줄이 낙마해 투자자들을 허탈하게 만들었다.

코스닥 기업의 비리 사건도 잊을 만 하면 터져 나왔다. '코스닥 황제주'로 평가받던 새롬기술 오상수 전 사장은 경영권 다툼에서 패배한데 이어 분식회계 혐의로 구속됐고, 커뮤니티 사이트인 프리챌 전제완 사장도 주식 가장(假裝) 납입 혐의 등으로 최근 사법처리됐다. 벤처 업계 대부(代父)로 불리던 이민화 메디슨 회장도 부도로 좌초했다.

반면 온라인 게임과 검색 포털사이트를 운영하는 NHN 이해진 사장은 닷컴 사업 수익성 모델을 제시하며 올 10월 코스닥시장에 입성, 새로운 인터넷 황제주로 등극시켰다. 이경준 KTF 사장은 우체국 말단 공무원에서 최고 경영자 자리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로 집중 조명을 받았고, KT아이컴까지 합병하며 차세대 이동통신을 향한 성장의 가속패달을 밟고 있다.

올해 유난히 '짝짓기'가 활발했던 금융권에서도 CEO의 명암이 엇갈렸다. 김승유 하나은행장은 서울은행과의 합병을 성사시켜 단숨에 '빅3' 은행장중의 한사람으로 부상하는 기염을 토했다.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굿모닝증권 인수에 이어 조흥은행 인수까지 앞두고 있어 '금융 업그레이드 승부'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 도기권 전 굿모닝증권 사장은 회사가 인수당하고도 오히려 기업의 옛이름(굿모닝)을 지켜내고 굿모닝신한증권의 CEO까지 맡아 '경영 능력'을 과시했다.

이에 비해 합병당한 서울은행의 강정원 행장과 105년 은행 역사를 접어야 하는 조흥은행 위성복 회장은 금융 구조조정의 큰 물결 앞에 무릎을 꿇어야 했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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