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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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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입력
2002.12.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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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국방위원장님. 남산학교 후배 조명철입니다. 그 곳은 아름다운 남산골에 위치한 정감이 물씬 풍기는 학교였습니다. 선생님들은 또 얼마나 좋은 분들이었습니까. 부모님과 형님, 누나와 같은 다정다감하면서도 강직한 분들이 아니었습니까. 가족들이 국가 일에 바쁘다고 선생님들이 우리를 도맡아 키우다시피 하지 않았습니까.그러나 이제는 그 고마움을 찾아가 표시할 학교도 스승도 없습니다. 졸업 후 김 위원장님은 체육대회가 있을 때면 어김없이 학교를 찾아 오곤 했지요. 그런 김 위원장이 하루아침에 당 청사를 넓힌다고 학교를 말끔히 없애 버렸습니다. 당시 우리는 얼마나 어안이 벙벙했는지, 울음을 참고, 울음이 다른 오해를 부를까 먼산만 바라보았습니다. 다른 사람도 아닌 김 위원장 자신이 당 청사 확장을 위해 학교를 없앤다니 누가 믿을 수 있었겠습니까.

더 가슴아픈 것은 스승도 대부분 사라졌다는 것입니다. 김 위원장 동생인 평일, 영일이 때문에 '곁가지 청산운동'을 한다며 그들을 가르친 많은 분들을 학교에서 쫓아냈지요. 학교는 사라지고 스승들은 온데간데 없어졌습니다.

김 위원장의 잘못된 결심으로 우리의 모든 추억과 향취가 그렇게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추억과 향취야 뭐 그리 큰 문제이겠습니까. 다만 김 위원장의 이런 실수가 우리 민족과 나아가 세계평화를 위협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요즘 김 위원장은 핵 문제를 가지고 세계와 한판 붙을 태세인 것 같습니다. 모교를 없애던 그런 단순성을 가지고 말입니다. 학교를 없앨 때는 스승과 선후배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것으로 끝났지만, 핵을 가지고 이러면 온 국민이 집과 학교와 생활터전을 잃을 뿐 아니라, 과거를 기억할 사람마저 사라져 버릴 겁니다. 학교를 없앨 때는 당을 위한 명분을 걸었지만, 핵 전쟁 준비에는 어떤 명분이 있습니까.

물론 북한이라는 나라와 국민을 위해 그런다고 명분을 대겠지요. 그런데 이제 당신이 위한다는 그 국민과 나라가 결딴이 날 판에 누가 남아서 그 명분을 논하겠습니까. 김 위원장 자신은 힘을 가지고 통치를 하지 않습니까. 당신 자신은 힘에 의한 통치를 숭배하면서 왜 세계 사회의 '힘'에 대해서는 한사코 부정하려 드는지요. 당신은 힘이 없는 국민이 반항하면 가차없이 징벌하지 않습니까. 그것도 오히려 당신 자신이 피해자라며 억울함을 호소하면서 말입니다. 그런데 당신보다 힘이 몇 갑절 더 큰 세계가 당신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제재를 가하고자 하는 것에 대해서는 왜 그다지 무관심한 것입니까. 당신이 지금 느끼고 있는 그 억울함보다 몇 배나 더 억울한 사람들이 북한 국민이라는 것을 모른단 말입니까. 그런 억울함을 호소하기에 앞서 당신 자신이 국민에게 가한 힘에 의한 통치를 먼저 반성하는 것이 순리가 아닐까요.

어느 시대에 당신처럼 순종은 없고 통치만 하려든 사람이 있었을까요. 히틀러나 무솔리니 정도일까요. 그들의 잘못된 전철을 밟으려는 것은 아니겠지요. 같은 학교를 나오고 같은 선생님 아래서 같은 공부를 배운 김 위원장과 우리가 왜 이다지도 다른지 모르겠습니다. 김 위원장님, 진정으로 충고 드리고 싶습니다. 누군가 저에게 이런 충고를 하였습니다. '순종하는 것부터 배워라' 고 말입니다. 지도자는 국민에게 순종하고, 기업가는 소비자에게 순종하며, 학교는 학생들에게 순종하고, 모든 나라는 세계사회의 보편적 가치에 순종하라고 말입니다.

이 충고가 바로 모든 것을 명령으로 해결하는 김 위원장이 시급히 받아들여야 할 가치관일 것입니다. 순종하는 것부터 배워나갈 때, 김 위원장의 앞 길이 보일 겁니다. 과거의 잘못을 되돌릴 수는 없겠지만, 향후의 긍정적 노력은 과거를 보상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당장 핵 게임을 끝내십시오, 그리고 김 위원장 당신이 그렇게 사랑한다는 국민을 돌아 보십시요.

조 명 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통일협력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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