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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리포트 / 황종대 청호나이스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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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리포트 / 황종대 청호나이스 사장

입력
2002.12.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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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저녁 서울 서초3동 청호나이스 본사 6층 사장실에서 황종대(黃鍾大) 사장과 1시간여 동안 인터뷰를 하는 동안 그의 휴대폰은 부단하게 울렸다. 사장실을 비우고 현장을 돌아다니는 버릇이 몸에 밴 터라, 지인들도 사장실 일반전화로는 그와 통화하기 힘들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덕분에 청호나이스 직원들은 '지겨울 정도로' 황 사장의 얼굴을 자주 대하게 된다. 그는 틈만 나면 1층에서 11층까지 본사 건물 구석구석을 누비며 평직원들과 대화 나누기를 즐기고, 지방 사업국 출장도 한달에 3회 이상 떠난다.

이 정도에서 그치면 '현장 경영의 달인'이라는 황 사장의 별칭이 무색할지도 모른다. 그는 반드시 사흘에 한번 꼴로 직원들과의 저녁 회식 자리를 마련한다. 미리 계획을 세워두고 술자리를 갖는 것이 아니라, 사무실 이곳 저곳을 무작위로 들르다 마음이 통하면 즉석에서 회식을 제의하는 식이다.

"대 고객 서비스는 정수기 전문기업의 성패를 좌우합니다. 공식적인 회의석상에서는 잘 나오지 않는 서비스 아이디어가 사적인 자리에서는 봇물 터지듯 쏟아져요. 특히 20∼30대 젊은 직원들은 소주 몇잔으로 불콰해지면 제가 암기하기 힘들 정도로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놓곤 합니다."

스무살 장정도 버티기 힘든 강행군을 이겨내는 체력은 자기 규율에서 비롯된다고 황 사장은 설명했다. 4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새벽 5시에 일어나 2시간씩 책을 읽었고, 주말이면 등산, 스키, 골프를 즐긴다. 출장길에도 책을 손에서 놓지않기 때문에 한달이면 족히 10권을 독파한다. 황 사장은 한달에 두번씩 직원들을 산행에 데리고 가는 것도 잊지 않는다.

여태 미혼인 황 사장을 두고 자타가 '총각 생활의 모범'이라고 공인할 정도로 그의 일상은 빈틈없고 깔끔했다. "정수기는 방문판매사업이기 때문에 영업이 생명입니다. 영업의 핵심은 어떻게 인간관계를 풀어가느냐에 달려있죠. 그 기본은 수신(修身)입니다."

내년 5월로 창립 10주년을 맞는 '소년(少年) 기업' 청호나이스가 국내 정수기 시장을 반분(半分)하는 강자에 이르기까지는 황 사장의 이런 '발품·정(情) 경영'이 넉넉한 디딤돌이 됐다는 데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황 사장은 "큰 회사보다는 좋은 회사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고객들이 건강을 마음놓고 맡길 수 있는 회사, 튀지는 않지만 없으면 당장 아쉬운 회사가 청호나이스의 비전이라는 것이다.

"매출을 키워 회사의 덩치를 키우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러나 고객들로부터 자사의 제품이 최고라는 칭찬을 듣는 직원들이 보람있게 일할 수 있는 직장은 흔치 않아요. 청호나이스는 크지 않은 회사이지만 직원들이 정수기, 비데, 연수기 업종의 세계 1위라고 자부하기 때문에 곧 고객들이 열광하는 '좋은 회사'가 될겁니다."

/김태훈기자 oneway@hk.co.kr

황종대 사장은 누구

■ 1942년 전남 목포

■ 1964년 한양대 화학공학과 졸

■ 1964년 목포정명여고 교사

■ 1966년 영진약품 입사

■ 1990년 영진약품 영업·마케팅담당 이사

■ 1991년 (주)삼우 사장

■ 1996년 청호나이스 부사장

■ 1997년 청호나이스 사장

■청호나이스는

정수기 및 비데 브랜드로 잘 알려진 청호나이스는 생산 및 방문판매, 대여, 애프터서비스 등을 담당하는 계열사로 나뉘어져 있다.

모회사인 청호나이스는 정수기, 비데, 연수기 등의 생산과 애프터서비스를 맡고, 청호인터내셔널과 청호테크는 방문판매를 전담한다. 또 청호디지탈이 정수기 대여 또는 판매를, 청호나이스 화장품이 화장품을 제조·판매한다.

기능별로 계열사를 분리하면서도 정수기의 생산과 애프터서비스 부문을 한데 묶은 이유에 대해 황종대 사장은 "애프터서비스를 통해 소비자들의 요구를 파악, 기술개발 과정에 적용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침전필터 선카본필터 멤브레인 후카본필터 자외선살균필터 등 5단계 필터를 채용한 '역삼투압 정수시스템', 24시간 물이 순환하는 'N.W.P.W 정수시스템', '정수 냉각기술' 등 세계 최고의 정수 관련 기술을 개발해 미국과 일본 등에서 10여개의 특허를 받은 것도 이 같은 기술 중시 경영에서 비롯됐다.

청호나이스의 올해 매출액은 3,0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000억원이 늘었다. 내년에는 매출 4,500억원도 가뿐할 것으로 청호나이스측은 내다보고 있다.

황 사장은 청호나이스의 초고속 성장이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내년 정수기 시장이 1조원대로 커지지만 정수기 사용 가구의 비율이 아직도 30%선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들어 선풍적인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비데도 아직 초창기 시장이라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청호나이스의 2003년 주력상품 역시 비데이다. 황 사장은 "대 고객 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해 내년에는 정수기 관리 전문 주부사원인 '청호플래너'를 1만명으로 늘릴 계획"이라며 "우리나라 가전업계 최고의 서비스를 기대해도 좋다"고 말했다.

/김태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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