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지평선]은퇴의 길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지평선]은퇴의 길

입력
2002.12.30 00:00
0 0

1977년 지미 카터가 미국의 39대 대통령에 취임할 당시 그는 52세 였다. 노무현 당선자보다도 젊은 대통령이었던 그는 자신의 참모 진영인 '조지아 사단'과 더불어 백악관에 청바지를 입고 등장, 신선한 충격을 던져주었다. 그러나 그는 냉전이 여전히 치열했던 시절, 인권과 평화를 내걸고 개혁을 시도했으나 현실의 벽에 부딪히고 만다.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이란의 미 대사관 인질사태에다 국내적으로는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1980년의 재선에서 패배한다.■ 대통령으로서의 업적은 그렇게 높이 평가받지 못하지만 그가 '가장 훌륭한 전직 대통령'이라는데는 별 이견이 없다. 본인뿐 아니라 부인 로잘린 여사와 더불어 부부가 모두 인권운동가로, 평화운동가로, 저술가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세계 각 곳에 분쟁이 있을 때마다 그는 자신에 대한 국제적 신뢰를 바탕으로 '평화의 전도사'로 나서고 있다. 하지만 56세라는 젊은 나이로 백악관을 걸어 나와 어쩔 수 없이 '은퇴의 길'을 걸어야 했던 카터 부부의 생활이 처음부터 순탄한 것은 아니었다.

■ 1998년 그가 쓴 책 'The Virtue of Aging'을 보면 그의 어려웠던 초기 은퇴생활의 면모를 자세히 알 수 있다. 선거패배로 온 세상에 자신의 실직이 널리 알려진 데다, 돌아갈 곳은 조지아주의 농장뿐인데 그나마도 100만달러의 빚에 묶여있었다. 화려한 워싱턴 생활을 접고 부인과 단둘이 시골로 돌아갔을 때 그야말로 참담하기 그지 없었다고 술회하고 있다. 그랬던 그가 다시 존경 받는 공인으로 되돌아오기까지는 정말 눈물겨운 노력이 있었다.

■ 지난 19일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가 정계은퇴를 선언하고 물러났다. 또한 내년 2월이면 김대중 대통령도 청와대를 나와 은퇴의 길을 걷게 된다. 우리에게는 이미 여러 명의 전직 대통령과 현역 시절 많은 활약을 했던 은퇴 정치인이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존경 받는 전직 대통령이나 성공적으로 은퇴한 정치인을 거명하기는 힘들다. 이번에 물러나는 두 분에게 카터의 책을 한번 읽어볼 것을 권하고 싶다.

/신재민 논설위원 jmnew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