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복싱 신인왕전에서 오랜만에 월척이 출현했다. 전한국복싱신인왕대회 슈퍼페더급(58㎏) 준결승에 나란히 진출한 김영준(21·상병·서울 은성체)과 박명현(23·천안소년교도소). 둘은 실력만큼이나 이력도 특이하다.1회전서 양수용(광주 화랑체)을 3회 KO, 2회전서 김동인(숭민체)을 판정으로 물리치고 준결승에 오른 박명현은 복역수 신분이다. 1997년 5월 인천에서 우발적으로 흉기를 휘둘러 살인죄로 단기 5년, 장기 7년형을 선고 받았다. 98년 1월 천안소년교도소로 이감된 그는 충의소년단 복싱부에 가입하면서 새로운 길을 걷기 시작했다. 책임과 인내를 알게 됐고 1급 모범수로 착실하게 수형생활을 해 2004년 5월 만기 출소한다. 박명현은 특히 대회전 연습중 왼쪽 갈비뼈에 금이 가는 부상을 당했음에도 투혼을 발휘해 승리, 기쁨이 더했다.
김영준은 지난해 신인복싱선수권과 천안전국체전 라이트급서 우승할 만큼 관록을 쌓은데다 힘과 파이팅이 좋다. 충북 영동서 운전병으로 복무중인 김영준은 2회전서 우승후보로 꼽히던 이정현(성남체)을 판정으로 꺾고 역시 준결승에 오르는 파란을 일으켰다. 속초고 시절 잠깐 복싱을 하다 친구 여기혁(페더급)과 입대한 김영준은 전투복싱서 한때 세계챔피언을 꿈꾸던 장철 상사의 눈에 띄어 다시 글러브를 끼게 됐다. 연대장의 배려로 두달간 하루 2시간씩 운동을 해온 그는 짧은 경력에도 불구, 눈이 좋고 기량이 뛰어나 MVP 후보로 손꼽히고 있다. 둘은 다음달 23일 결승서 맞붙을 가능성이 높은데 승자는 최우수선수가 될 것이라고 복싱 관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하고 있다.
/이범구기자 gogu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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