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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샛별이 빚는 "보이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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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샛별이 빚는 "보이체크"

입력
2002.12.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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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절한 독일 사실주의 극작가 게오르크 뷔히너(1813∼1837)의 '보이체크'는 연극 뿐 아니라 마임 무용 오페라 등 여러 장르에서 다양한 해석의 공연이 끊이지 않는 걸작이다. 가난한 병사 보이체크가 세상의 멸시와 조롱에 시달린 끝에 사랑하는 여인을 죽이고 파멸에 이르는 과정을 통해 사회 부조리에 짓밟힌 소시민의 비극을 그린 작품이다.러시아의 차세대 연출가로 꼽히는 유리 부드소프(42)가 한국의 내로라 하는 배우들과 함께 작업한 '보이체크'가 새해 1월 14일부터 2월 2일까지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 올라간다. 예술의전당이 부드소프를 초청해 제작했다.

부드소프는 레프 도진, 카마 긴카스 같은 러시아 연극의 세계적 거장들이 '가장 두려워할 만한 예술가'로 찬사를 아끼지 않는 기대주. 연극학교 졸업 이듬해인 1997년 새뮤얼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로 러시아 최고의 영예인 황금마스크상 최고연출가상을 받으며 혜성처럼 등장했다. 부드소프의 '보이체크'는 그해 상트 페테르부르크 렌소베타 극장에서 초연돼 이 도시 최고의 연극상인 황금소피트상을 받았다. 이번 서울 공연은 렌소베타 판의 단순 반복이 아니다. "개념은 그대로이지만, 상황과 배우가 다른 만큼 완전히 새로운 게 나올 수도 있다"는 게 부드소프의 설명이다.

주인공 보이체크는 섬세한 내면 연기와 폭발적인 카리스마의 배우 박지일이 맡았다. 보이체크가 사랑하는 마리 역 김호정, 마리를 유혹해 보이체크를 절망하게 만드는 군악대장 역 남명렬, 보이체크를 실험동물로 학대하는 의사 역 윤주상도 백상예술대상 등 굵직한 연극상을 받은 연기파 배우들이다.

부드소프는 불평등과 억압을 고발하는 이 작품을 현대인이 겪고 있는 인간 상실의 좀 더 보편적인 드라마로 해석한다. 여기서 그가 선택한 가장 중요한 표현 도구는 몸이다. 그의 보이체크는 대사와 표정 만이 아닌, 온 몸으로 말하는 강렬한 에너지의 신체 연극이다. 이를 위해 배우들은 두 달 째 매일 여섯 시간씩 혹독한 신체 훈련을 받고 있다. (02)580―1300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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