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금융기관에서 빌린 사업자금 5,000만원을 갚지못해 빚 독촉에 시달리던 김모(27)씨는 얼마 전 이자라도 갚을 생각으로 사채업자를 찾았다. 전 같으면 사채는 엄두도 못 냈겠지만 10월부터 연 이율을 66%로 제한하는 '대부업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대부업법)'이 시행된 터라 기대감을 가졌다.그러나 연이율 상한선에 묶인 등록업체는 김씨의 신용평가 뒤 '대출 불가' 판정을 내렸다. 김씨가 기댈 곳은 결국 비등록 사채업자밖에 없었으나 이들은 연 250%의 살인적인 이율을 제시했다.
서민들을 고금리 피해에서 보호하기 위한 대부업법이 28일로 시행 두 달이 지났으나 고리 사채가 사라지기는커녕 오히려 전보다 더욱 가혹한 고리 사채가 판을 치고 있다.
제도권에 편입된 기업형 대금업체들은 고수익보다는 안전성을 도모해 저신용자를 홀대하고, 등록을 하지 않은 소규모 사채업자들은 등록업체로부터 외면당한 이들을 상대로 법 시행 이전 시세의 곱절에 달하는 고리를 들이대고 있다.
특히 신용카드사들의 현금서비스 한도 축소와 돌려막기 규제 등으로 최근 신용불량자가 260여만명으로 늘어나면서 피해가 크게 확산되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전국 4만여개로 추정되는 대금업체 가운데 현재까지 등록업체는 불과 2%선인 1,006개. 대부분이 내년 1월26일 등록 마감일까지 미루면서 막판 초고리 사채영업을 하고 있는 셈이다.
등록 대금업체인 위드캐피탈 이선재(李善宰) 대표는 "대부업법 시행 이후 대출희망자는 50% 이상 증가했지만 매출은 오히려 30% 감소했다"며 "신용이 낮은 대출희망자에게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강남의 업체 관계자도 "법 시행 후 대출승인율이 80%에서 40%선으로 뚝 떨어졌다"며 "이 때문에 정작 급전이 필요한 소비자는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비등록 대금업체들은 등록업체에서 등을 돌린 신용불량자에게 이전보다 더 높은 금리를 적용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반응이다. 영등포 재래시장 상인 100여명을 상대로 일수놀이를 하는 송모(30)씨는 "100만원을 빌려주면 선이자 10만원을 떼고 매주 10만원 이자를 받는다"며 "돈을 떼이는 경우가 30%나 되기 때문에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금감원 조성목(趙誠穆) 비제도조사팀장은 "대부업법 시행 이후 비등록업체들의 고리대금 횡포가 더 심해진 것은 사실"이라며 "조만간 경찰과 국세청이 파악하고 있는 2만여 비등록업체에 대해 대대적인 단속을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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