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출범을 하루 앞둔 29일. 인수위원들의 면면(面面)에 대한 과천 관가의 반응은 대략 두갈래로 나타났다.대부분의 반응은 낯설고 난감하다는 것. 경제부처의 한 관계자는 "무엇보다도 알 만한 사람이 거의 없어 곤혹스럽다"며 "경제분과위 한 위원의 경우 인터넷 자료를 검색해 보니 온통 철새의 생태에 관한 논문 뿐이었다"고 푸념했다.
또 다른 경제관료는 "재벌이나 노동정책 분야에 있어서도 인수위 위원들의 상당수가 'DJ 정부'의 노선보다도 강력한 느낌을 주는 것이 사실"이라며 "정책의 '연착륙'을 위해 인수위와의 협의과정에서 적지않은 노력과 인내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시각과 전망 때문인지 조만간 결정될 인수위 파견직 인선에 대한 관료들의 입장도 과거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이다. 인수위 파견자 인선에 들어간 한 경제부처의 고위 관계자는 "97년 대선이후만 해도 인수위 파견직을 두고 불꽃튀는 물밑 경쟁이 벌어졌으나 이번엔 선뜻 손을 드는 사람을 찾기가 어렵다"며 "'낯설고 튀는 상전'을 상대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상당히 작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귀담아 들어야 할 것은 다른 편에 서 있는 소수의 목소리이다. 한 서기관급 관리는 "인수위 구성원의 성향에 대해 걱정하기에 앞서, 그런 우려야말로 익숙한 것에 젖어온 관료들의 오랜 타성과 정서의 발로가 아닌지 자성해봐야 한다"며 "이번이야말로 과거의 패러다임을 근본부터 서로 따져볼 수 있는 좋은 기회 아니냐"고 반문했다.
인수위를 통해 정책골격을 짜는 과정에서 기존 관료 뿐 아니라, 새로 전면에 나서게 된 '신진' 인수위원들도 변화를 요구받게 될 것이다. 인수위는 결국 양측의 '최대공약수'를 만들어낼 용광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변화가 시대적 소명이라면, 어느쪽이든 미리부터 웅크릴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다.
장인철 경제부 기자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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