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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현장 / 경찰 수사권 독립 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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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현장 / 경찰 수사권 독립 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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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2.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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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수사권 독립은 과연 가능할까. 정권 교체기 마다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경찰 수사권 독립 문제가 노무현(盧武鉉) 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또 다시 뜨거운 현안으로 등장하고 있다. 경찰 수사권 독립 문제는 비단 검찰과 경찰의 관계에 국한 된 것이 아니라 시민의 일상 생활과 직결된 것이기 때문에 실현 여부에 관심이 증폭하고 있다.■기대에 부푼 경찰

경찰은 창설 이래 50여년의 숙원인 수사권 독립에 대해 한껏 기대를 부풀리고 있다. 경찰은 무엇보다 노 대통령 당선자가 수 차례에 걸쳐 경찰 수사권 독립에 대해 긍정적인 발언을 했을 뿐 아니라 대선 공약으로 구체적으로 명시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또 '고문치사' 사건을 계기로 검찰 개혁에 대한 여론이 비등하는 등 여론도 경찰에 우호적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경찰대 출신의 일선 경찰서 형사과장 J씨는 "주변 여건이 어느 때보다 우호적"이라며 "차기 정부에서는 반드시 수사권 독립이 실현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책임만큼 권한 달라'

경찰의 주장은 비교적 단순 명료하다. '경찰은 수사업무, 검찰은 공소업무'가 그것. 전체 범죄의 95% 이상에 대해 경찰이 수사를 책임지고 있는 만큼 권한을 달라는 것이다. 일선 경찰서에서 실질적으로 수사를 지휘하는 과장급 간부들은 경찰을 수사의 보조적 지위로 규정하고 있는 현실에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쌍방이 합의만 하면 금방 끝날 수 있는 단순 폭행, 교통 사건도 검찰의 수사지휘로 인해 하룻밤을 꼬박 새워야 하는 국민들의 불편이 이만저만 아닙니다." "선거사범은 검찰의 지휘를 받지 않고서는 내사조차 못하는 게 현실입니다…."

경찰은 이에 따라 관련 법규 개정을 통해 대등하고 협조적인 검·경 관계 정립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황운하(黃雲夏) 경찰대 총동문회장은 "인신구속을 하는 영장청구권과 형사 사건의 혐의 유무를 판단하는 수사종결권을 당장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대부분 수사 지휘를 경찰 간부가 하는 실정에 맞게 경찰의 1차적 수사권을 보장하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경찰인력의 고급화, 언론과 시민단체의 감시, 피의자 조사시 변호사 참여 등을 고려하면 인권침해나 경찰자질 등 검찰의 반박논리는 더 이상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검찰, 제한적 수사권 이양 가능

검찰은 그동안 경찰 수사권 독립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보여왔다. 중견검사 P씨는 "상명하복의 검·경 관계와 검찰의 수사지휘는 국제 표준"이라며 "경찰의 주장은 검찰 제도 자체와 형사소송 구조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검사 K씨는 "경찰 수사를 감시할 수 있는 검사지휘권 폐지는 결국 인권 악화로 귀결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검찰의 이 같은 반응은 경찰의 수사권 독립 주장의 핵심을 영장청구권과 수사종결권 요구로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피의자 사망사건 등을 계기로 검찰 내부에서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검·경의 이중조사에 따른 국민 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한 보완조치가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수긍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또 일부에서는 "단순 폭력, 교통사고 등 민생범죄에 한해 수사권을 독립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적극 개진되고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최근 경찰 수사권 독립 문제에 대해 연구, 검토 작업을 진지하게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경찰 수사권 독립은 제한적이나마 가능할까. 수사권 독립에는 상당한 장애가 뒤따를 것이란 게 일반적 분석이다. 한 경찰 간부는 "최근 법무부와 대검이 마련한 형법과 형사소송법 개정안 초안을 보면 시대에 역행하는 개악적 내용이 많다"며 "이런 검찰이 수사권을 경찰에 넘겨줄 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1999년 수사권 독립 논란 당시 경찰 고위 간부 구속, 파출소 감찰 등과 같은 검찰의 조직적 반발이 만만찮을 것이란 어두운 전망도 나오고 있다.

/최기수기자 mounta@hk.co.kr

● 외국에서는

대륙법계에 속하는 독일 프랑스 등은 검찰 우위의 수사권체계가, 영미법 계통에 속하는 영국 미국은 경찰우위의 수사권체계가 정착돼 있다.

독일은 수사의 주체자로 검사의 명령권을 명확히 하고 있으며, 경찰은 수사 착수 직후 검사에 송부토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독일 검찰은 자체 수사인력을 확보하지 않아 언제나 경찰의 도움을 받아야만 수사를 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일부 학자는 독일의 검찰을 '손·발 없는 머리'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미국 등은 경찰을 수사의 주체자로서 구속영장청구권 등의 독자적인 수사권을 보장해주고 있으며, 검찰은 수사의 자문자로서 공소제기 및 공소유지 등을 주된 임무로 규정하고 있다. 미국은 주에 따라 1년 미만의 경범죄와 교통사고 사범은 경찰이 직접 기소권을 행사하기도 한다. 하지만 실제 수사단계에서 검찰을 배제한 경찰의 독자적인 수사가 이루어지기 보다는 법 적용의 오류회피, 증거의 확보, 기소율의 향상 등을 위해 검찰과의 긴밀한 협조를 통한 수사가 진행된다. 검·경이 대등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은 경찰을 1차적 수사기관으로, 검찰을 2차적 보충 수사기관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에는 경찰에 대한 일반적 지시권과 지휘권이 있고, 형사소송법에 두 기관의 협조의무가 명시되어 있어 실제로는 대등한 입장에 있다.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 나는 이래서 찬성한다

경찰의 수사권 독립 요구의 핵심은 경찰 수사권을 검사의 지휘감독권으로부터 독립시켜야 한다는 것과 사법경찰관에게 법관에 대한 영장청구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찰은 모든 범죄가 아닌 폭행·절도·교통사고 등 민생침해범죄에 대해서만 독자적인 제1차적 수사권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즉결심판 청구사건 외에 경미한 사건에 대해서도 독자적 판단으로 사건을 종결할 수 있는 권한을 넘겨 달라는 것이다.

사실 소수의 검사가 날로 기동화하고 있는 연간 200만 건에 달하는 형사사건을 일일이 수사 지휘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 경찰이 전체 범죄의 95%이상을 담당하고 있음에도 수사가 실패했을 경우 비난은 경찰이 지고 있어 사실상의 책임과 법률상의 권한이 일치하지 않고 있다.

그 동안 검찰은 경찰의 자질부족이나 인권침해를 들어 경찰수사권 독립의 반대논리를 전개해 왔다. 그러나 최근 순경공개채용시험합격자의 90%이상이 대졸출신이고 청문감사관제도 도입, 수사요원 교육강화는 물론 수사과정에서의 인권침해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증거위주로의 수사를 지향하는 등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따라서 경찰수사권은 큰 폭으로 독립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범죄수사에 있어서 검·경 관계의 이상적 모형은 상명하복이 아닌 상호협력에 있기 때문이다.

이 황 우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 나는 이래서 반대한다

경찰의 수사권 독립 주장의 핵심은 경찰이 검찰의 지휘를 받지 않고 직접 법원에 영장을 청구하고,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사건은 검찰에 송치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종결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신구속은 범죄수사를 위한 방편이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에 대한 중대한 침해를 가져온다. 이 때문에 선진국에서도 매우 엄격한 절차를 요구함과 아울러 공소를 제기하고 유지하는 법률전문가인 검사로 하여금 그 적법 타당성을 심사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경찰에게 독자적인 영장청구권을 인정하는 것은 헌법 제12조 제3항에 위배되는 것이며, 이를 인정하려면 개헌까지 해야 한다.

또 혐의 인정이 어려운 사건을 자체 종결하겠다는 주장도 수사가 '공소제기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준비절차'라는 형사소송법의 기본원리를 이해한다면 사리에 맞지 않는다.

특히 장비와 인력면에서 군 다음으로 막강한 권력을 가진 경찰을 사법적 통제밖에 둔다면 어떻게 국민의 인권을 보장할 수 있는가.

형사사건의 95%가 자백 사건인 우리 현실에서 수사에 대한 사법적 통제를 포기한다면 인권침해의 위협을 제거하기 위해 탄생한 검사제도의 존재가치는 무의미할 것이다. 수사권 독립 논쟁과 관련하여, 우리가 반드시 명심해야 할 점은 통제 받지 않는 권력은 절대로 위험하다는 사실이다.

정 웅 석 서경대 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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