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희(60·사진)씨의 첫 장편 '하얀 저고리' 단행본 출간이 결국 해를 넘기게 됐다. '하얀 저고리'는 조씨가 1987년 계간 '문예중앙'에 연재를 시작했다가 중단한 뒤, 90, 91년 계간 '작가세계'에 분재한 소설이다. 이 작품은 1부에서 병자호란 직후 종살이하는 영희네 조상의 투쟁을 그렸으며, 2부에서 유신시대와 80년 5월 광주를 거쳐 1990년에 이르기까지 영희네 가족이 역사로 인해 고통받는 이야기를 묘사했다.작품은 완성했지만 "결말을 달리하겠다"며 12년 동안 '하얀 저고리'를 손 봐온 작가는 올 8월 말께는 출간하겠다고 계획을 세웠다. 이 계획에 맞춰 '작가세계' 가을호는 '조세희 특집'에서 '하얀 저고리' 작품론을 실었다. "역사의 현장에서 늘 되풀이해 이겼던 부정한 세력들을 한자리에 모아 역사적 진실의 이름으로 단죄하고자 한 작가 의식이 뚜렷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문예지 등 여러 매체의 지면에 광고도 게재됐다. 그러나 정작 '하얀 저고리'단행본은 아직껏 출간되지 않은 상태다. "결벽증에 가까운 작가의 치열한 의지 때문"이라고 출판을 맡은 세계사는 설명한다. 애당초 원고지 900매 분량이었던 이 소설은 1,100매로 늘어났다. 2부 현대사의 내용을 충실하게 전달하기 위해 원고량을 늘렸으며, 아직도 결말 부분을 놓고 작가가 고심하고 있다는 게 출판사의 설명이다. 조세희씨는 '하얀 저고리'의 출간이 늦어지는 데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어떻게 표현해야 할 지를 몰라 고민하게 된다"고만 말했다.
/김지영기자 kimj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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