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재 지음 삼인 발행·1만원종교는 삶의 현장에서 저마다 형성된 '구원의 길'이다. 따라서 타 종교에 대한 열린 마음과 포용의 태도가 강조되지만, 기독교 이슬람교 유대교 등 이른바 유일신(唯一神) 신앙을 말하는 종교는 타 종교 끌어안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한국 기독교의 배타성을 비판하고 다원주의 종교관을 일관되게 피력해온 김경재(62) 크리스찬 아카데미 원장(한신대 교수)이 펴낸 '이름 없는 하느님'은 유일신 신앙에 대한 본격 비판을 담은 책이다.
특히 이번 저작에서 그는 유일신 신앙에 대한 오독(誤讀)이 기독교의 배타성을 불러왔다고 분석한다. 다시 말해 유일신 신앙에 대한 그릇된 이해를 바로 잡는다면 기독교 역시 타 종교를 끌어안을 수 있는 열린 종교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우리는 유일신 신앙을 신이 한 분이라는 숫자에 붙잡힌 일신론(一神論)적 신화로 잘못 이해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모든 역사적인 것들과 유한한 것들을 상대화시켜 볼 줄 알아야 하고, 그럼으로써 역설적이게도 상대적인 것들과 유한한 것들을 통해서 드러나는 무한하고 절대적인 진리 자체를 증언할 수 있다."
저자는 유일신 신앙을 자기가 믿는 종교에서 말하는 바로 그 신만을 지칭하는 개념 또는 수량적인 의미의 '하나' 개념으로 한정시켜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특히 성경무오류설에 입각해 "너희는 내 앞에서(또는 나 밖에는) 다른 신들을 섬기지 못한다"라는 십계명의 첫번째 계명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해석해서도 안 된다고 말한다.
"한국의 보수적 기독교인들의 논리대로라면, 우리 조상은 참하나님 없이, 우상 신들을 섬기며 살아온 셈이 된다. 왜냐하면 우리 조상은 참유일신의 이름 '야훼'(여호와)라는 신의 이름을, 적어도 성경이 한국에 소개되기 전엔 들어본 적도, 들어볼 기회도 없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저자는 "유일신 신앙을 주장하는 종교인들이 그 전통의 귀중함을 간직하되 유일신 신앙을 특정 종교에만 있는 특수한 신관으로 오해하는 종파적 유일신 신앙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진정한 유일신 신앙이란 바로 그러한 특정 종교나 문화, 종족, 인종, 언어에 예속되거나 종속된 신관일 수 없다는 것이다. "하느님은 이름이 없는 존재이다. 인간이 자신이 살아온 역사와 문화와 풍토와 환경 속에서 자신에게 가장 적실한 언어로 붙인 이름들이 있을 뿐이다. 그것은 하나님이기도 하고 알라이기도 하고 비로자나불이기도 하고 브라만이기도 하고 한울님이기도 하며 신, 로고스, 도, 태극이기도 하다."
보수적인 교계의 분위기 속에서 저자가 이런 파격적인 주장을 펼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제 인류 종교 문명사는 종파적 유일신 종교나 문명 단위의 종교적 특성에 매몰된 문명 종교들의 차원에 머물면 점점 약해져 가고 말 것이다." 따라서 21세기에는 개별 종교가 추구해 온 종교적 체험의 생명력을 종교간 대화를 통해 고양시켜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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