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종교단체 라엘리안이 설립한 클로네이드사가 26일 최초로 복제인간이 태어났다고 주장함에 따라 앞으로 또 다른 복제인간이 언제, 얼마나 태어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과학자들은 "제도적, 윤리적 장애가 있을 뿐 기술적, 이론적으로는 복제인간 탄생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복제인간 러시?
공식적으로 출생이 예고된 복제 아기는 7명이다. 클로네이드는 최근 "미국인 2명, 아시아인 2명과 유럽인 1명 등 5명이 복제아기를 임신 중이며 1명은 12월에, 나머지는 내년 2월 이전에 태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26일 태어난 미국인 아기를 제외하면 4명이 2개월 내에 출생한다는 것이다.
이탈리아 인공수정 전문의인 세베리노 안티노리 박사도 "복제배아로 임신한 여성 3명 중 1명은 내년 1월 첫째 주에, 2명은 2월 중 출산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클로네이드는 이 밖에도 50여 명의 대리모와 함께 인간복제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라고 밝혀 앞으로 복제인간 출생이 잇따를 것을 예고했다. 클로네이드는 20만 달러를 내면 복제 시술을 해 주겠다고 홈페이지에 광고까지 올려 놓았다.
얼마든지 가능하다
학계에서는 "과학자들이 법적 규제와 윤리적 비난만 감수한다면 복제인간은 수없이 태어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인간복제에 쓰는 체세포 복제 기술은 1996년 복제양 돌리에 이어 쥐, 소, 염소, 돼지, 고양이의 복제를 차례로 성공시킨 기술과 다를 바 없다. 적용 대상만 바꾸면 되는 것이다.
돌리를 만들어 낸 영국 로슬린연구소의 이언 윌머트 박사는 "단순 체세포 복제보다 한층 어려운 형질 전환 동물 복제도 연이어 성공하고 있다. 아기의 유산이나 기형 및 질병 등을 우려하는 윤리의식이 발목을 잡고 있을 뿐이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반대 운동·규제 강화될 듯
현재 인간복제를 법률적으로 허용하는 나라는 없지만 명시적으로 불법화하지 않은 국가가 많기 때문에 복제론자들은 이런 지역에서 은밀히 복제를 시도할 수 있다.
그러나 인간복제를 신에 대한 도전이자 생명의 존엄에 대한 비도덕적 침해로 규정하는 로마 교황청 등 종교계에서부터 인간복제 반대 운동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이미 복제양 돌리 탄생 발표 직후인 1997년 3월 "인간복제는 인간의 존엄성을 해치는 위험한 실험"이라고 비난하고 기회 있을 때마다 인간복제 전면 금지를 촉구해 왔다.
복제아기가 태어남에 따라 인간복제 반대 운동은 강도가 훨씬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인간복제까지는 아니더라도 과학적·상업적 목적에서 체세포 복제 등을 허용하려는 국가들에서도 복제 반대 움직임은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거세져 정치적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규제가 강화되면 인간복제 시도는 더욱 음성화·지하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복제아기가 자라는 과정에서 질병이나 조기 노화, 돌연사 등 부작용을 보일 경우 인간복제에 대한 규제는 더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 부아셀리에 누구
복제인간을 처음 출생시킨 클로네이드의 대표 브리지트 부아셀리에(46·여) 박사는 외계인이 인간을 창조했다고 주장하는 종교단체 라엘리안의 핵심 멤버이다. 라엘리안의 과학 담당 이사를 겸하면서 클로네이드의 인간복제 작업을 이끌고 있다. 프랑스 태생 화학자로 미국 뉴욕주 해밀턴 칼리지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프랑스에서 2개의 박사 학위를 딴 연구원 출신의 부아셀리에는 라엘리안의 '주교'를 자칭하고 있다. 생식의학 전문가도 아닌 그가 인간복제에 나선 것은 다른 행성에서 온 외계인들이 인간을 복제해냈다는 신앙을 전도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인다.
그의 인간복제 시도는 미 식품의약청(FDA)의 엄중한 감시를 받아왔다. FDA는 부아셀리에의 실험실을 조사하기도 했으며, 부아셀리에가 법적인 결정이 날 때까지는 인간복제를 시도하지 않기로 동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개인적인 주변 사항은 별로 알려진 것이 없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美 인간복제 금지 "엄격" 英등 치료용 허용 추세
현재 인간복제를 법적으로 허용하는 나라는 물론, 인간복제에 대한 국가 간의 국제 규범도 없는 상태다. 다만 영국이 유일하게 치료 목적의 인간배아 줄기세포 복제를 허용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각국은 인간복제가 지닌 무한한 시장성과 발전 가능성을 의식해 연구 및 질병 치료용 체세포 복제는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돌아서는 추세이다. 따라서 각국의 금지 법안도 영구 금지가 아닌 대부분 한시적 금지이다.
국제협약을 논의하는 유엔 총회 제6위원회는 지난달 인간복제 금지의 범위를 둘러싼 미국과 유럽간의 대립으로 결국 이 문제를 내년 9월 회기로 넘겼다.
2004년 시행을 목표로 독일과 프랑스가 공동 제안한 초안은 아기 출산을 위한 인간복제만을 금지하고 있는 반면 미국은 출산 목적뿐 아니라 의학 연구 및 질병 치료용 인간배아 복제까지 모두 금지해야 한다는 엄격한 입장으로 맞서고 있다.
현재 미국은 인간복제 금지법안이 하원에서 통과된 상태다. 올해 중간선거에서 승리한 조지 W 부시 미국대통령은 상원에도 일체의 인간복제를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켜 주도록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상원의원과 캘리포니아 등 주정부가 의학연구를 위한 배아 줄기세포 연구를 허용하는 법 제정을 추진 중이다.
인간복제 연구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유럽 국가들은 1990년대 초 매우 엄격한 복제 관련 법규를 제정했으나 복제양 돌리 탄생 이후 앞다퉈 규제 완화에 나서고 있다. 영국은 올 초 연구 목적의 인간 배아 줄기세포 복제를 허용, 이르면 내년 봄 세계 최초의 인간 줄기세포 은행이 등장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낳고 있다. 프랑스 하원은 올 초 출산을 위한 인간복제를 범죄로 규정, 최고 20년형을 선고할 수 있는 금지법안을 통과시켰으나 난치병 치료를 위한 줄기세포 복제를 허용하는 수정안은 표결에 부치지 않았다. 독일도 복제 기술에 필수적인 줄기세포 연구를 제한적으로 합법화했다. 일본도 2000년 인간복제 기술 등의 규제에 대한 법률을 제정했으나 복제 연구 허용 여부는 문부과학성 지침에 따르도록 하고 있다.
한편 중국, 러시아, 인도, 동유럽 및 이슬람 국가들의 법규는 상대적으로 허술하다. 세베리노 안티노리 박사가 "복제아기 3명이 세르비아 수도 베오그라드에서 태어날 것"이라고 공언한 것도 법규가 허술한 곳을 시술장소로 택한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 복제 한국인도 나오나
복제인간의 탄생이 현실로 드러나면서 '복제 한국인' 출현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클로네이드 한국 지사의 곽기화 대변인은 올 7월에 "외국에서 클로네이드 본사 기술진에 의해 5월 복제배아를 자궁에 착상한 한국의 대리모 1명이 국내에서 출산을 기다리고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미국인 복제인간 탄생이 사실이고 한국지사측 발표도 맞다면 내년 1월이나 2월 중으로 한국인 여성의 몸을 빌린 복제인간이 태어난다는 얘기다.
곽 대변인은 27일 "복제배아를 착상한 한국계 여성이 다시 외국으로 가 현재 국내에 없다"며 "대리모나 체세포 제공자의 국적이 어디인지는 모른다"고 말했다. 지난 번 회견 때와는 다른 말이다.
국내에서 복제아기가 태어나도 현행법으로는 규제할 근거가 없다. 다만 인간존엄성을 해치는 의료행위나 무면허 의료인에 의한 시술을 금지하는 의료법에 따라 복제배아의 자궁 이식을 제한할 수 있을 뿐이다. 검찰은 7월 보건복지부의 고발에 따라 클로네이드 한국 지사를 조사했지만 외국에서 시술이 이루어져 처벌 근거를 찾지 못했다.
우리나라는 1997년 복제양 돌리 탄생 이후 인간복제와 배아 연구에 관한 입법을 수 차례 추진했으나 사회적 논란만 거듭하다 입법화에 실패했다. 과학기술부는 2000∼2001년 생명윤리자문위원회를 거쳐, 보건복지부는 보건사회연구원의 용역 연구를 통해 상이한 입법 시안을 각각 작성하기도 했다.
현재 인간복제 금지 체세포복제 연구는 대통령 허용 외 금지 불임치료 후 남은 배아에 한해 연구 허용을 규정한 복지부의 생명윤리법안이 국회에 제출된 상태다.
한편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5번째로 소의 체세포 복제에 성공했고 불임치료 등 정자와 난자를 다루는 관련 연구와 경험도 풍부해 기술적으로는 인간복제 단계에 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서울대 수의대 황우석 교수는 "기술은 충분하지만 연구자들끼리 협의체를 결성해 자체 감시를 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에서 인간복제가 시술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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