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패배 이후 홍역을 앓아 온 한나라당이 우여곡절 끝에 만들기로 한 비상대책위가 당내 갈등 수습의 돌파구가 될지 주목된다. 비대위 구성은 26일의 의원·지구당 위원장 연찬회에서 "전면적 당 혁신을 위해서는 전권을 가진 비상기구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빗발침에 따라 현실화했다.27일 최고위원회의는 비대위 명칭을 '당과 정치개혁을 위한 특별위원회(약칭 특위)'로 하고 개혁 소장파가 민 홍사덕(洪思德) 의원과 당권파가 선호한 율사 출신의 현경대(玄敬大) 의원 등 5선 중진을 공동위원장으로 선정했다.
김영일(金榮馹) 사무총장은 "위원 선정에서 의제와 권한 등 모든 문제를 공동위원장이 독자적으로 결정할 것"이라며 "당을 근본적으로 쇄신하기 위해 비대위에 전권을 주자는 전날 회의의 정신이 그대로 지켜진다"고 말했다. 두 위원장도 "특위가 모든 권한을 위임받아 전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안다"고 확인했다. 이는 "비대위는 들러리이고 사실상 주요 당무와 결정은 최고위원 등 기존지도부가 하는 것 아니냐"는 미래연대 등 소장파의 의구심을 상당부분 해소한 것이다. 그러나 당 지도부가 정치적 성향이나 기반이 다른 두 사람을 공동위원장에 선정한 것은 대선 패배 이후 감정의 골이 깊어진 당내 갈등의 현실을 그대로 인정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소장파가 요구한 대로 특위가 전권을 갖긴 하겠지만 투톱 체제가 됨으로써 민감한 사안의 경우 지역, 계파, 세대간 갈등이 특위에서 재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두 위원장은 "그런 우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며 이 같은 우려를 일축했다. 이들은 연찬회 결과에 따라 차기 경선에는 나서지 않는다. 그러나 특위가 계획대로 2월 전당대회까지 순조롭게 치르며 당 수습의 전기를 마련할 경우 지명직 최고위원에 오르는 등 상당한 예우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두 위원장은 30일까지 30명 안팎의 위원선정을 마치고 당무회의 의결을 받아 곧바로 활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위원에는 미래연대를 포함한 초·재선 의원 등 소장파와 개혁성향 인사가 대거 합류하고 당 바깥 인사와 여성도 일정비율 참여할 전망이다. 특위의 주요 의제는 당헌당규개정, 권력구조개편 등 정치개혁, 임시전당대회준비, 당 조직·운영체계 개편 등인데 산하에 3, 4개 소위를 둘 전망이다.
/이동국기자 ea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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