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후세인 없애려 이라크人 죽여서야…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후세인 없애려 이라크人 죽여서야…

입력
2002.12.28 00:00
0 0

미국은 요즘 걸프지역 병력을 추가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로부터 무력 사용을 승인받기 위해 분주하다. 세계는 시기가 문제일 뿐,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이라크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고 그 지도자 사담 후세인은 어떤 인물인가. 서방의 이라크 전략은 어떻게 전개돼야 할까. '미국의 이라크 전쟁'과 '사담 후세인 평전'은 이런 질문에 다소나마 답을 줄 수 있는 책들이다.노엄 촘스키 MIT 교수 등 미국내 비판적 지식인 18명이 쓴 '미국의 이라크 전쟁'은 걸프전 이후 이라크가 겪고 있는 참상을 폭로한 책이다. 2000년 처음 출판됐으며 2002년 개정판을 우리 글로 옮겼다.

이라크의 비극은 1990년 8월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하면서 시작된 걸프전에서 비롯됐다. 세 확산을 위해 침공했지만 곧 미국 중심 서방의 역공을 받고 쫓겨난다. 전쟁의 패배도 고통스러웠지만 그때부터 시작된 유엔의 경제 제재 조치는 지금까지도 이라크의 목을 죄고 있다.

책에서 미국 앰허스트대학 영양학과 명예교수 피터 펠럿은 이라크 어린이의 3∼13%는 쇠약증세, 14∼30%는 영양부족, 12∼30%는 발육장애를 보이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가 이라크를 방문·조사한 결과 소아 병동에는 영양실조와 전신 쇠약증을 보이는 어린이가 많았고 경제 제재 조치로 식수 정화에 필요한 염소의 수입이 금지돼 장티푸스, 전염성 간염, 위염 환자도 많았다.

미국의 언론인 바바라 님리 아지즈는 이라크의 경제학자이자 사회비평가 무스타파가 심장마비로 갑자기 죽은 이유를, 경제 제재 조치로 치료제와 치료 장비가 턱없이 부족해 전쟁 이후 이라크인의 심장 발작 비율이 2배 증가하고 심장병 사망자가 3배나 늘어난 것과 연관지어 설명한다.

다른 필자들은 걸프전 당시 미국이 사용한 열화우라늄탄의 영향으로 식수와 작물, 사람이 오염돼 기형아와 암 발생률이 크게 증가했으며 전력망 운송망은 물론 도서관 박물관이 사라진 사실도 강조한다. 파괴되지 않은 학교에는 책 책상 난방 조명시설이 없으며 군사용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이유로 흑연의 수입마저 금지돼 연필도 부족하다. 경제 제재로 인한 이라크인 사망자수가 역사를 통틀어 대량 살상 무기가 초래한 사망자를 능가했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책은 경제 제재를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한다. 그렇다고 후세인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후세인 제거를 명분으로 이라크인을 죽여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사담 후세인 평전'은 후세인의 정치와 외교에는 미국, 영국의 책임이 크다고 강조한다. 팔레스타인 출신으로 영국서 활동하는 저널리스트 사이트 K. 아부리쉬는 책에서 후세인을 좋은 사람도, 나쁜 사람도 아니며 이라크 역사를 통틀어 유일한 독재자도 아니고 앞으로도 유일한 독재자가 아닐 것으로 예측한다. 그 역시 독재자 중 한 명이지 이라크 역사상 전무후무한, 너무나 유별난 인물은 아니라고 말한다.

그는 유복자로 태어나 양부의 학대 속에서 전혀 교육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이를 역이용, 비천한 가정에서 태어났다는 사실을 통해 민중의 정서에 호소한다.

책의 결론은 서방세계가 후세인을 키웠다는 것. 영국은 1차 대전 후 이라크를 속국으로 만들고 저항하는 이라크 민중을 폭력으로 진압한다. 후세인은 권력을 쥔 후 같은 방법으로 쿠르드족을 탄압한다. 미국은 1979년 12월 이란에 호메이니의 이슬람 원리주의 정부가 들어서자 "미치광이보다 망나니가 낫다"며 이라크에 대량 살상무기 등을 지원, 80년부터 88년까지 계속된 이란과의 전쟁을 부추기고 후세인의 권좌를 탄탄하게 만들어주었다. 이제 이라크 국민은 대통령 선거에서 찬성률 100%로 후세인과 자신을 일체화시킨다.

저자는 후세인을 변호하지 않는다. 이라크인의 참혹함에 몸서리치고 후세인의 책임을 추궁한다. 그러나 그 역시 이라크에 대한 제재조치는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야 이라크 국민이 후세인과 분리되고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