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대선 후 처음으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는 당내 개혁논쟁과 관련, 신주류측 강경 개혁파들의 '인적 청산' 요구 등에 대한 구주류측의 비난과 성토가 쏟아졌다. 하지만 개혁파들은 "대세를 거스를 수 없다"고 반박하면서도 구주류측을 자극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당선자는 이날 방송 행사 일정 때문에 참석하지 못했다.포문은 중도 성향인 심재권(沈載權) 의원이 열었다. 심 의원은 "당이 단합해야 할 때에 20여명의 의원들이 느닷없이 성명을 발표한 데 대해 분노한다"며 "마치 자기들만 개혁하는 것처럼 하는데 나머지는 모두 반개혁적인 수구보수세력이란 말이냐"고 발끈했다.
그는 또 "애타게 당을 지켜온 한화갑(韓和甲) 대표에게 물러나라니 말이 되느냐"며 "대선 때 몸을 던진 후보단일화추진협의회 소속 의원들도 인민위원회식으로 재단해선 안 된다"고 질타했다.
이어 발언기회를 얻은 동교동계 김태랑(金太郞) 최고위원은 "입만 갖고 개혁이 되느냐. 실사구시 정신으로 실천해야 한다"며 개혁파를 겨냥한 뒤 "누구는 몰아내고 누구는 된다는 식의 말할 자격이 서명파에게는 없다"고 가세했다. 이러자 일부 선대본부장들이 반론 기회를 요청했으나, 정대철(鄭大哲) 선대위원장이 만류하는 바람에 더 이상 논쟁이 확대되지는 않았다.
이상수(李相洙) 총무본부장 등은 "그만 하자"며 회의 중단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후단협 소속 이윤수(李允洙) 의원이 나서 "선거에서 이긴 정당을 해체하고 당 대표를 나가라니 제정신이 박힌 사람들이냐"며 "자기들은 백로, 우리들은 까마귀라는데 비오면 까맣게 될 가짜 백로들"이라고 비아냥댔다.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한 대표가 "난 대표 자리를 지키려고 연연해 하지 않는다"며 수습, 회의는 1시간20여분 만에 끝이 났다. 일부 개혁파 의원들은 회의장 밖에서 못 참겠다는 듯 "국민 요구의 큰 흐름을 누가 막느냐" "강물이 범람할 때는 나뭇가지나 모래더미로 막을 수 없다"고 구주류측을 쏘아붙였다.
/박정철기자 parkjc@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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