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도 빨리 수술 받고 저처럼 건강을 되찾게 되면 좋겠습니다."27일 낮 고려대 안암병원 중환자실. 선천성 심장병 치료를 위해 어머니 손에 이끌려 두만강을 넘었던 탈북소년 최광수(16)군은 재생의 기쁨보다 자신과 똑같은 고통을 겪어온 동생 걱정을 앞세웠다.
큰 아이의 회복을 지켜보던 어머니 박정옥(44)씨는 지옥같은 역경을 견뎌온 지난 한해를 돌이키며 눈물을 흘렸다. "도와준 모든 분들께 감사 드립니다. 둘째 아이도 빨리 나아 남쪽에서 우리가족이 행복한 새 출발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박씨는 지난해 11월25일 광수와 남수(14)를 데리고 목숨을 건 탈북을 감행했다. 오래 전 남편과 갈라선 뒤 먹고살기도 어려웠지만 가슴 통증으로 제대로 자라지도 못한 채 고통을 겪는 광수를 차마 볼 수 없어서였다. 세 모자는 11월23일 함경북도 온성의 집을 떠나 이틀간 검문검색을 피해가며 두만강을 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병 치료는커녕 생계부터가 막막했다. 도움을 구하기 위해 찾아갔던 중국내 친지에게 외면을 당한 이들은 올해 여름까지 옌볜(延邊)의 노부부 집에서 농사일을 도우며 간신히 끼니를 이어가는데 만족해야 했다.
그러던 중 둘째에게도 같은 증세가 나타났다. 병원에서 박씨는 두 아이 모두 선천성 심장병이라는 청천벽력과 같은 얘기를 들었다. "그래, 무조건 한국에 가자. 가면 어떻게 되겠지. 여기서 두 아이를 죽게 내버려 둘 수는 없다."
마침 지난해 12월 집을 떠나 먼저 한국에 들어온 큰딸 금실(18)씨가 중국을 떠돌던 어머니와 동생들을 찾았다. 금실씨는 백방으로 수소문 끝에 올해 6월 어머니와 동생과 연락이 닿았고 결국 박씨 모자는 국내 시민단체인 북한인권시민연합의 도움을 받아 태국을 거쳐 마침내 지난달 13일 두 아이를 데리고 한국에 입국하는데 성공했다.
두 아이의 상태가 심각한 사실을 확인한 시민연합측은 곧 고려대 안암병원에 도움을 청했고, 병원측은 이를 선뜻 받아들였다.
병원측은 두 형제의 병을 대동맥의 피가 폐에 흘러드는 '동맥관 개존증'으로 진단했다. 특히 형 광수는 폐 고혈압마저 진행돼 다급한 상태였다. 발육상태도 매우 좋지 못해, 광수는 키가 140㎝ 몸무게가 33㎏, 동생 남수는 키 121㎝ 몸무게 23.4㎏에 불과했다. 남쪽 아이들에 비해 5∼6년 정도는 뒤진 체격이었다. 광수는 26일 4시간에 걸친 수술을 받았다. 흉부외과 선 경(宣 卿) 교수는 "수술이 성공적이어서 광수는 새해를 집에서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형의 회복을 제일처럼 기뻐하고 있는 남수도 약한 몸 상태가 호전되는 대로 수술을 받을 예정이다.
이들 형제의 치료비는 한국일보가 최근 고려대 안암병원에 기탁한 후원금(본보 12월12일자 31면)으로 충당된다.
/김정호기자 azu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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