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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도도한 알코올, 와인의 역사 - 와인이 인류史에 남긴 흔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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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도도한 알코올, 와인의 역사 - 와인이 인류史에 남긴 흔적들

입력
2002.1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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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 필립스 지음·이은선 옮김 시공사 발행 1만 6,000원1789년 프랑스혁명의 도화선이 된 바스티유 감옥 습격사건이 있기 며칠 전 파리 세관이 불탔다. 생필품인 와인에 물리는 무거운 세금에 반발해 서민과 와인 생산·판매업자들이 세관을 공격한 것이다. 1791년 5월 1일 자정을 기해 혁명정부는 와인 간접세를 폐지했다. 그날 밤, 200만 리터의 와인을 실은 수 백 대의 수레가 파리로 들어가 기쁨에 들뜬 시민들과 함께 했다.

'도도한 알코올, 와인의 역사'에 나오는 한 장면이다. 와인 전문가 로드 필립스(캐나다 오타와 칼턴대 역사학과 교수)가 쓴 이 책은 7,000년이 넘는 와인의 역사를 다양한 에피소드와 함께 소개한다. 중동의 신석기 유적에서 발견된 와인의 흔적부터 최근의 와인 생산과 소비에 이르기까지, 전세계 와인 생산지와 주요 인물, 포도 품종과 유명 포도밭을 중심으로 정리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와인이 단순한 술이 아니라 중요한 문화적 상징의 하나로서 정치·경제·사회적 맥락과 함께 부침을 거듭했음을 보여준다. 예컨대 고대 그리스인들에게 와인은 교양과 사교의 필수품이어서 진지한 좌담회를 가질 때마다 와인을 빠뜨리지 않았으니 '심포지엄'이란 말도 '함께 마신다'는 뜻의 'symposion'에서 나왔다고 한다.

싸고 튼튼한 유리병과 코르크 마개가 등장하는 17세기 와인 혁명 이후 유럽의 와인 생산·소비가 급증했고, 코르크 주산지인 포르투갈은 나폴레옹의 대륙 봉쇄에도 불구하고 호황을 누렸다.

내내 고전을 면치 못하던 남아공 와인이 넬슨 만델라의 인종차별 철폐 후 무역 규제가 풀리면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와인에 대해 좀 더 깊이있게 아는 데 도움이 될만한 책이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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