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에서 나온 '전쟁의 세기를 넘어서―글로벌화 시대의 국가·역사·민족'은 민족과 역사에 대한 일본의 일부 시각을 대변하는 책이다. 저자는 '국민국가론'을 오랫동안 연구해온 리츠메이칸(立命館)대학 국제관계학부 니시가와 나가오(西川長夫) 교수이다.'국민국가론'이란 근대에 형성된 국민국가가 항상 올바른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바탕으로 국민국가 시대의 논리와 감성을 비판적으로 바라본다. 이런 관점은 국민국가 시대의 과학 학문 사상 예술 언어 풍속 등은 국민국가의 제도이며 국가 이데올로기로 기능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 책은 특히 역사학에 초점을 맞추고 근대 일본의 역사학이 국민국가의 이데올로기를 지탱하는 중추역할을 한, 국민국가의 제도라고 강하게 비판한다.
저자는 국민국가가 왜 비판받아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말한다. 국민국가는 자유주의 국가이거나 사회주의 국가이거나 통일된 국민의 존재를 전제로 하고 있고 다수파 민족이 소수파 민족을 지배적으로 통합해왔다. 그 때문에 항상 다수파 민족을 특권화하고 소수파 민족의 반항을 불러일으킨다. 다른 한편으로 국민국가는 세계적인 차원에서 차별과 착취―피착취를 구조화시키는 시스템 속에 위치하며 거기서 좀더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고 싶어한다.
그렇기 때문에 자기나라의 우월과 독자성을 과시하고 다른 나라와 싸우며, 전쟁까지 일으켜 자국 국민 통합을 강화하려 한다. 그럴 때 국민통합에 있어 민족이라는 개념은 거대한 동원력으로 기능한다. 때문에 국민국가는 내셔널리즘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런 관점은 1990년대 이후 현저해지기 시작한 글로벌화 현상과 관계가 깊다. 글로벌화는 자본과 국가의 협조관계를 파괴할 뿐 아니라 국가의 기능을 약화시켜 민족 기반을 뒤흔든다. 이런 상황에서 민족도, 국가도 고전적 형태와 이념을 지속시켜 나가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결국 국민국가는 쇠망하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결론이다.
그러나 '국민국가론'이 비판을 받는 것도 사실이다. '국민국가가 하루 아침에 무너지는 것도 아닌데 그렇게 단정적으로 말하는 것은 무책임하다'든가, '국민국가를 대신할 수 있는 대안은 무엇이냐'라는 질문이 그것들이다.
저자는 그런 식의 문제 제기 자체가 우리가 이미 국민화해 국가에 의존하는 의식이 고정돼 있기 때문이라고 되받아친다.
그리고 대안은 긴 세월을 두고 고찰하고 비판하는 과정에서 자연히 형성될 것이라고 대답한다. 21세기가 전쟁의 세기가 아닌 평화의 세기가 되기 위해서는 민족주의를 넘어서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황 선 영 도쿄대 비교문학·문화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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