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찬숙 글·박지은 그림 가교 발행·8,000원강원도 산골의 초등학교 1학년인 동자는 절에서 산다. 짖궂은 아이들이 까까중이라고, 너희 엄마가 널 버린 거라고 놀려대는 통에 남몰래 눈물을 훔친다. 늘 외톨이였던 동자는 술래잡기 하는 법을 가르쳐준 마음씨 고운 마리와 친구가 되면서 학교가는 것이 즐거워진다.
마리가 동자에게 묻는다. "애들이 놀려도 넌 왜 맨날 가만있어? 한 대 패주지." "큰 스님이 그러면 안된다고 했어. 자비로운 마음으로 대하라고 했단 말야." "자비? 그게 뭐야?" "그건…누가 나쁘게 해도 난 착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거야." "아, 사랑이랑 비슷한 거구나."
마리는 동자에게 비밀 한가지를 알려준다. "우리 엄만 하늘나라에 계셔. 아빠는 돈 벌러 서울에 가셨고. 그래서 할머니랑 살아." 그날 이후 동자와 마리는 둘도 없는 친구가 된다.
12월 어느날 동자는 마리에게서 크리스마스날 교회에 놀러오라고 초대를 받는다. 어렵게 큰 스님의 허락을 받아 교회에 찾아간 동자는 목사님에게서 "큰 스님과 오래 전부터 친구였다"는 놀라운 말을 듣는다. 목사님은 음식을 싸주며 "돌아가서 불도에 더 정진하라"고 말한다. 늦게 왔다고 꾸지람 들을까 조마조마하며 절에 돌아온 동자는 마당에 밝혀진 커다란 크리스마스 트리에 깜짝 놀란다. 트리에 달린 동자승 인형의 환한 웃음 위로 함박눈이 소복소복 쌓인다.
10월 열린 제6회 종교예술영화제에서 대상을 탄 단국대 연극영화과 학생 박관호씨의 단편영화 '나무아미타불 크리스마스'를 동화로 옮겼다. 다른 종교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다소 무거운 주제를 아이들의 티없이 맑은 우정을 통해 잔잔하게 풀어간 솜씨가 돋보인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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