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26일 민주당 선대위 당직자 연수에서 밝힌 청탁문화에 대한 척결의지는 가히 파격적이다. 노 당선자는 "(청탁을 하다) 걸리면 패가망신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아무리 잘 나가는 기업이나 조직도 모든 면에서 특별조사를 해서(…중략…) 엄청난 타격을 입힐 것"이라며 강한 어조로 말했다. 우리의 지난 정치사를 되돌아볼 때 청탁문화의 근절은 지극히 당연하고도 또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그러나 중요한 것은 실천이다. 이 전의 대통령들도 선거운동 과정에서나 당선된 이후에도 이와 유사한 약속을 한 바 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인사와 이권에 관련된 문제에 있어서 청탁문화를 뿌리치지 못했던 게 역사적 경험이다. 오히려 한발 더 나아가 '그 사람은 우리 편이니 봐줘야 한다'는 식의 연고주의와 정실문화가 기세를 올렸다. 이로 인해 그렇지 않아도 고질적 병폐였던 청탁문화는 정권의 지역적 연고에 따라 한쪽으로만 쏠리는 불공정한 결과를 만들어내면서 지역주의를 더욱 악화시켰다. 그러기에 우리는 노 당선자의 약속이 초심대로 잘 지켜지는지를 주시하려고 한다.
다만 한가지 거슬리는 점이 있다면 실천의 방법론이다. 물론 노 당선자가 자신의 의지를 강조하다가 나온 것으로 믿고 싶지만, '패가망신' '특별조사' 등의 표현은 적절치 않다. 인사청탁의 잘못이 아무리 크다 하더라도 법치주의 사회라면 패가망신까지 해야 할까. 또 탈세 등을 일삼는 악덕기업에 대한 세무조사의 불가피성은 인정한다고 해도 세무조사가 마치 기업의 규제수단이 되는 듯한 표현은 옳지 못하다. 대통령과 그 주변 인사들이 청탁을 안받고 또 받아도 들어주지 않는 노력이 우선이어야지, 겁주기 식의 엄포로는 청탁근절이 어렵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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