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경기 양평의 민주당 선대위 당직자 연수에서 제시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당선자의 집권 구상은 단호한 어조에 파격적 방안들을 담고 있어 주목된다. 노 당선자는 이날 50여분 간의 격려사를 통해 2006년 개헌 추진 방침과 청탁 엄벌, 인사개혁 방안 등을 제시했는데 사안에 따라 실행과정에서 논란을 초래할 소지도 클 것으로 보인다.■개헌 등 정치 일정
노 당선자는 집권 5년을 3기로 나눴다. 그는 취임 이후 2004년 4월 17대 총선 때까지를 '국정 1기'로 규정하고 이 기간에는 순수대통령제로 운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노 당선자는 "1기에는 개혁 대통령과 안정 내각을 조화시켜 순수대통령제에 가까운 방식으로 운영하겠다"며 "이 기간에는 현역의원 입각을 최소화하거나 배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전직 총리 등 행정 경험이 풍부한 인사가 새 정부 총리로 기용될 가능성이 높다.
노 당선자는 17대 총선 이후 2006년 개헌 전까지를 국정 2기로 설정하고 이 기간에는 분권형 대통령제로 운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지역주의 극복이란 전제 조건이 있지만 총선 이후에는 분권형 대통령제 내지 내각제에 준하는 운영을 하겠다"고 말했다. 분권형 대통령제는 외교 통일 국방 등은 대통령이 맡고 경제와 치안 등 내치는 총리가 맡는 권력구조이다. 이 기간에는 의원들의 내각 참여가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다.
노 당선자는 최근 "2004년 총선이 끝난 뒤 다수당에게 총리를 넘길 수 있다"고 언급했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 대통령과 총리의 소속 정파가 다른 '동거 정부'가 탄생할 수도 있다.
노 당선자는 2006년 개헌 추진 방침을 밝히면서 개헌 이후를 국정 3기로 규정했다. 노 당선자는 "2006년부터 개헌 논의를 시작해서 2007년에 들어가기 전에 개헌을 끝내야 한다"며 "만일 대통령제를 채택하려면 2006년 말까지 개헌을 마무리해야 2007년 말에 대선을 실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청탁 엄벌과 정치개혁
노 당선자는 이와함께 청탁 엄벌 방침과 인사 및 친인척 관리 시스템의 개선, 당정 분리, 선거구제 및 정치자금제도의 개선 등 정치 개혁 방안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구상을 밝혔다.
그는 특히 "청탁을 하면 지금까지는 밑져야 본전이었으나 앞으로는 걸리면 패가망신한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며 인사 또는 이권 관련 청탁 엄벌 의지를 수차례 강조했다.
그는 또 "각 당이 정비가 되면 지역주의 극복을 위한 선거제도에 대해 공식 협상을 제안 할 것"이라며 국회의원 선거에 중대선거구제 또는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음을 밝혔다. 노 당선자는 "대통령에 취임하더라도 당직 임명권과 공천권을 행사하지 않고 평당원으로 남아 비상사태에만 의견을 내겠다"고 당정 분리 원칙을 재확인했다.
그는 "취임하면 확실한 친인척 감시시스템 만들고 친인척에 줄대면 불이익을 받도록 하겠다"며 친인척 비리를 막기 위한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새 정부의 인사 원칙과 관련, 노 당선자는 "공정하고 개방적인 인사 제도를 만들고 청탁문화와 연고주의를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사의 원칙으로 능력에 따른 적재 적소 배치가 우선이고 지역별·성별 안배 등은 그 다음이라고 밝혔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