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한나라당의 의원·지구당 위원장 연석회의는 비상대책기구를 구성, 당 쇄신방안을 마련키로 했으나 최고위원단 사퇴선언이 번복되고 중진과 소장파, 중진들간 갈등이 표면화하는 등 극심한 난맥상을 드러냈다.이날 결정 내용은 서청원(徐淸源) 대표, 김진재(金鎭載) 박희태(朴熺太) 하순봉(河舜鳳) 이상득(李相得) 최고위원 등이 비상대책기구 구성 및 운영을 뒷받침하고 차기 전당대회까지 통상당무를 맡기로 한 것. 지도부 즉각 사퇴를 요구한 소장파가 "인민재판을 하느냐"며 거세게 반발한 영남 권 의원 등 주류의 벽을 넘지 못한 셈이다. 한 소장파 의원은 "지도부 퇴진은커녕 현 지도부를 만장일치로 재 신임한 희한한 결과가 나왔다"며 "이런 식으로 무슨 개혁이 되겠느냐"고 흥분했다.
중진들간의 반목도 한층 노골화했다. 이날 결정으로 서 대표 등 최고위원 5명과 이미 최고위원을 사퇴한 강창희(姜昌熙) 강재섭(姜在涉) 의원 및 개혁 목소리를 높인 이부영(李富榮) 김덕룡(金德龍) 의원측의 갈등과 대립의 골은 더 깊어졌다. 중립적 성향의 한 의원은 "이제 수적 열세에 있는 소장파와 개혁성향 중진들은 당내 불만세력화에 그치지 않고 여권의 정계개편에 편승, 당을 이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비상대책기구 구성도 난제다. 한나라당은 이날 비상대책기구 구성 원칙만 세웠을 뿐이다. 앞으로 참여대상, 역할과 범위 등을 하나하나 정해야 하지만, 이를 놓고 기존의 계파간, 지역간 갈등구조가 재연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비상대책위에 실질적 전권이 실릴 수 있을 지도 현재 분열상에 비추어 장담키 어렵다. 한나라당이 총체적 혼돈과 대결의 소용돌이로 들어서고 있는 형국이다.
/천안=이동국기자 ea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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