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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원점 회귀한 야스쿠니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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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원점 회귀한 야스쿠니 문제

입력
2002.12.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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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 자문기구인 '추도·평화 기원을 위한 기념시설 검토 간담회'가 일본 정부에 제출한 국립 추도시설 검토 보고서는 너무 실망스럽다. 지난해 12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 지시로 야스쿠니(靖國)신사 대체시설 설립문제를 검토해 온 이 자문회의는 24일 "국립 전몰자 추도시설은 필요하다"는 내용의 검토보고서를 일본정부에 제출했다.그러나 간담회는 야스쿠니 신사의 추도시설 철폐나 공직자 추도금지 등에는 언급이 없고, 새 위령시설 건립여부는 정부가 판단할 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야스쿠니 신사가 존속하고 공직자 공식추도에 관한 제약이 없는 한 대체시설 건립은 아무 의미가 없다. 거기에다 고이즈미 총리는 내년에도 적당한 시기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어, 이 문제는 원점으로 되돌아간 느낌이다.

그렇다면 8·15 광복절 같은 미묘한 시기에 일본총리의 야스쿠니 참배가 정례화·공식화하고, 한국·중국 등 2차 대전 피해국가들의 반발이 계속되는 등 동아시아의 분란은 되풀이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새로운 세기에 접어들어서, 또 새로운 한-일, 중-일 시대를 맞아서도 묵은 갈등을 청산하지 못한다는 것은 정말 큰 불행이 아닐 수 없다. 지구촌 곳곳은 지역별로 블록화 함으로써 국경의 의미가 퇴색해 가고 있다. 특히 유럽은 연방국가 같은 성격으로 통합되어 가는데, 아직 묵은 감정을 풀지 못하고 있으니 부끄러운 일이다.

이웃나라 국립 추도시설 문제에 우리가 관심을 가질 이유는 없다. 그러나 아시아와 세계에 큰 피해를 끼친 태평양전쟁 주범들의 혼령이 안치된 종교시설에 대한 총리의 공식참배만은 용납되기 어렵다. 결국 이렇게 끝날 일을 대체시설 운운한 저의가 무엇이었는지 궁금해 진다. 이쯤에서 일본도 좀 변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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