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제품을 구입한 소비자에게도 권리는 있다.' 자동차나 가전 등의 '중고 제품'을 선호하는 알뜰 소비자가 가장 곤혹스러워 하는 점은 철저히 무시되는 권리다. "속지 않고 구입하는 방법밖에는 없다"는 자조 섞인 푸념이 나올 정도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중고품 구매자들의 피해가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재정경제부는 26일 소비자정책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소비자 피해 보상 규정 개정안을 확정,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키로 했다. 중고 내구재 제품의 경우 보증 기간 내 고장이 나면 보상이 이뤄지며, 결혼정보업 등 신종 서비스업에 대해서도 피해 보상 규정도 마련됐다.■중고품에도 권리 생긴다
대학생 S군은 자취방에서 사용할 중고 텔레비전을 구입해 사용하다 1개월 만에 고장으로 작동이 되지 않아 판매상을 찾아갔다. 하지만 판매상 H씨는 "중고품은 언제 고장날 지 아무도 모른다"며 피해 보상을 거절했다. S군은 소비자 단체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중고 가전제품에 대한 소비자 보상 규정이 없다"는 답변만 들어야 했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중고품이라도 품질 보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대상은 텔레비전, 냉장고, 세탁기, 자동차 등 4개 품목. 우선 판매업자가 보증한 기간 내에 성능이나 기능상 하자가 발생한 경우 무상 수리를 받거나 수리비를 보상받을 수 있다. 만약 품질 보증 기간 등에 관한 사항을 명시적으로 소비자에게 고지하지 않은 경우 구입일부터 6개월이 보증 기간. 특히 보증 기간 내 같은 하자가 4회 발생하거나, 여러 부위의 하자가 5회 발생하면 구입 가격을 환급받을 수 있다. 중고자동차의 경우 품질 보증 관련 사항이 추후 자동차관리법에 별도로 규정될 예정이다.
■신종 서비스 보상 강화된다
결혼 정보업 등 새로운 서비스 업태가 속속 등장하면서 소비자들의 피해도 확산돼 온 것이 사실. 이번 개정안은 결혼 정보업, 경비용역업, 산후 조리원 등 신종 서비스업에 대한 소비자 보상 규정을 포함했다.
결혼 정보업의 경우 사업자의 귀책 사유로 계약이 해지된 경우 서비스가 시작되기 전에는 가입비에다 20%를 얹어서 되돌려 받게 되며, 서비스 개시 후에는 실제 소개받은 횟수에 해당하는 액수를 제외한 가입비와 당초 가입비의 20%를 함께 돌려받는다. 소비자의 귀책으로 계약을 해지하더라도 서비스 개시 전 80%, 개시 후 가입비의 80%에서 소개받은 횟수 만큼의 액수를 제외하고 환급을 받게 된다. 예를 들어 70만원을 선불로 내고 10회의 소개를 받기로 했지만 실제 4회만 소개받고 소비자가 권리를 포기한 경우 33만6,000원을 환급받게 된다.
경비용역업체와 계약을 맺은 뒤 경비시스템의 성능이나 기능에 문제가 발생하거나 출동이 늦어 도난 사고가 발생하면 도난 피해액 전액을 보상받을 수 있다.
또 경비 시스템이 1개월 내 하자가 재발하면 시스템을 교체받거나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산후 조리원에 입원할 때 소비자의 잘못으로 계약을 지키지 못하더라도 입원예정일 기준으로 10∼20일전은 계약금의 30%, 입원예정일 21∼30일전은 계약금의 60%를 돌려받을 수 있다.
입원예정일 31일 이전이나 계약 후 24시간 이내에는 계약금을 전액을 돌려받게 된다.
기타 내용 구입 후 하자 발생시 제품을 교환받을 수 있는 '스포츠·레저 용품'에 골프 용품이 추가된다. 골프채 등을 구입한 후 3개월 이내에 중대한 하자가 발생하면 제품을 교환할 수 있다.
또 신용카드를 분실하거나 도난당했을 경우 제3자 부정 사용에 대한 피해보상 기간이 신고 25일 전에서 60일 전까지로 대폭 늘어난다. 예를 들어 12월 26일자로 신용카드 분실 신고를 하면 60일 전인 10월26일 이후 발생한 카드 사고에 대해 전액 보상을 받게 된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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