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元喜龍) 안영근(安泳根) 권오을(權五乙) 의원 이야기 해 보세요. 어디 있어요." 26일 한나라당 의원·원외위원장 연찬회에서 서청원(徐淸源) 대표는 사퇴를 번복하며 "젊은 의원들이 또 뒤통수 치면 그만 두겠다"고 호통을 쳤다. 미래연대 소장파 의원들의 지도부 즉각 사퇴요구가 무력화하는 순간이었다.이날 오전부터 소장파의 강력한 사퇴압력에 직면했던 서 대표는 오후 들어 양정규(梁正圭) 의원 등도 참석한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즉각 사퇴를 결정했다. 서 대표는 저녁 종합토론에서 벌개진 얼굴로 사퇴와 경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수모를 참아왔다. 음모가 있는 것을 알고 있다"고 소장파의 배후까지 거론하며 승부수를 띄웠다.
이어 중진 및 영남권 의원들의 엄호 사격이 거세게 이어졌다. 백승홍(白承弘) 안택수(安澤秀) 의원 등은 경쟁하듯 "혁명전야" "인민 재판식"이라는 말로 소장파를 비난하며 "사태 수습까지는 직무를 맡아달라" "살신성인의 정신이 감사하다"고 서 대표 등 현 지도부를 감쌌다.
그러자 소장파 의원들은 완연히 위축되는 모습이었다. 소장파가 아무도 연단에 나서지 않자 사회를 맡은 최연희(崔鉛熙) 의원이 "다른 의견을 가진 의원들도 나와달라"고 말할 정도였다. 그나마 소장파 대표로 나선 원희룡, 안영근 의원 등의 발언은 야유와 삿대질에 묻혔다.
오전 자유토론 때만 해도 주도권은 발언순서까지 짜오는 등 강한 퇴진 압박을 가한 소장파들이 쥐었다. "당헌·당규 상 전당대회가 아니고는 최고위원 퇴진의 근거가 없다"는 반박이 나오기도 했지만 이들의 기세를 꺾지는 못했다.
결국 당 쇄신 비상대책기구를 구성한다는 결정이 내려졌지만, 참석자들의 표정은 무거웠다. "굳은 결속으로 지역·세대·계층간 갈등을 극복한다"는 결의문이 무색할 만큼 심각한 당내 분열상이 이들을 짓눌렀다. 남경필(南景弼) 대변인은 "이런 결의문 낭독이 옳은지 판단을 못하겠다"고 말할 정도였다.
이날 연찬회는 12시간 동안의 난상토론 끝에 최고위원들에게 비상대책기구 구성을 위임하며 마무리됐다. 한 소장파 의원은 "이제 당 내에서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느냐"면서 이름을 밝히지 말 것을 당부했다.
/천안=안준현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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