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의 철도가 얼굴을 맞대기 시작했다. 50년 남북의 한 맺힌 역사는 언제 끝을 맺을까…."26일 오전 경의선 철도·도로 연결공사가 한창인 경기 파주시 장단면의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 50여년간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채 분단 반세기를 숨죽인 채 지켜내야 했던 이 땅엔 새로운 역사가 쓰여지고 있었다.
경의선 철도·도로 연결을 위한 지뢰제거 작업이 올 9월 DMZ 남북 양측에서 시작된 이래 경의선 철로 공사 현장이 이날 취재진에게 처음 공개됐다.
도라산역 북쪽에 인접한 남방한계선 제2통문을 거쳐 DMZ로 들어선 뒤 임시도로를 따라 버스로 1.8㎞를 이동해 도착한 군사분계선(MDL)엔 남북의 철도 ·도로공사가 한창이었다. 간이 철조망과 남북 초병들의 경계 근무만 없다면 여느 지역의 공사 현장과 다를 바 없는 평온함이 가득했다. 남북을 가르며 세워둔 붉은 깃발만이 MDL의 존재를 알렸다.
남측에서는 경의선 궤도를 300여m 정도만 더 놓으면 MDL에 닿을 만큼 막바지에 이르렀지만, 북측은 아직 더딘 상황. 북에서는 노반공사는 마쳤지만 개성에서 출발하는 궤도 설치 공사가 아직 시작되지 않았고, 북한군 20여명이 덤프 트럭, 굴착기 등을 동원해 경의선 도로 노반 공사를 진행중인 모습이 보였다.
철도청의 한 직원은 "20여m만 걸어가면 북한이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설렌다"며 "같이 일할 날도 멀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50여년전 논이었던 인근 지역은 이제 갈대와 잡목 숲으로 변했고, 녹슨 옛 철길 위에까지 우람한 덩치의 참나무가 자라 있었다. 암수 고라니 한 쌍이 취재진을 반기며 잡목 숲으로 뛰어다녔다.
분단 이전 이곳 장단면 사무소와 장단역 등은 남북 사람들이 왕래하던 곳. MDL 가는 길 부근에는 전쟁 당시 피격돼 반세기 동안 방치돼 있는 녹슨 기관차가 분단의 역사를 웅변하고 있었다.
경의선 공사관리처장 이형식(李亨植) 중령은 "임시 도로는 이미 개설됐는데 통행의 전제조건인 군 당국간 MDL 통과절차 합의가 아직 이뤄지지 않아 안타깝다"며 "진정한 통일이 될 때까지는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파주=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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