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 위기의 파고가 높아지면서 미국 내에서 북한과의 협상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 의회와 워싱턴 싱크탱크 등에서 세를 불리고 있는 대북 온건론자들은 조지 W 부시 정부의 강성 노선에 회의를 표시하며 새로운 접근법을 주문하고 있다. 마이클 오핸런 브루킹스 연구소 선임 연구원은 25일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기고문을 통해 "부시 정부의 정책이 출발부터 너무 경솔해 현재 미국이 진퇴양난에 빠져 있다"며 "미국은 주요 동맹국인 한국, 일본과 함께 새롭고 신속한 대북 정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오핸런은 "미 정부의 강경노선 정책이 필요하지만 협상 배제는 잘못된 생각"이라며 "미국은 한국, 일본과 함께 대흥정을 제안해야 한다"고 밝혔다.
의회에서도 부시 정부의 북 핵 문제 대응에 대한 비판론이 일고 있다. 상원의 조지프 바이든(민주)외교위원장, 내년 1월초부터 외교위원장을 이어받는 리처드 루가(공화) 의원, 조지프 리버먼(민주) 의원 등은 북 핵 위기 해소를 위해 정부에 국제적 협상 틀을 마련하거나 적극적인 대북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또 민주당의 존 켈리, 찰스 슈머 상원의원은 지난주 부시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부시 정부가 대북 정책의 명확한 목표를 밝히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원에서는 커트 웰든(공화) 의원이 24일"대화하지 않는 것은 재앙으로 가는 길"이라며 "대화 채널을 마련하기 위해 북한을 방문하고 싶다"고 말했다.
빌 클린턴 정부 때의 대북 정책에 관여했던 전직 관리들도 대북 협상론에 가세하고 있다.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차관보는 뉴욕 타임스 회견에서 제3자를 통한 협상 재개를 현실적 대안으로 제시했으며, 웬디 셔먼 전 국무부 대북정책조정관은 전면적인 대북 협상을 주장했다.
그러나 정작 대북 정책을 주도하는 부시 정부 내의 강경파들은 이들의 비판론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기색이다. 오히려 클린턴 시대의 낡은 구호쯤으로 치부하는 경향마저 있다. 대북 강경파들은 "북한의 벼랑끝 협상 전략에 쉽게 굴복한다면 북한의 기세만 살려주게 될 것"이라며 "북한이 미국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기 위해 위협을 하고 있다면 곧 오판임을 알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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