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고고학계 일각에서 초기 백제 도읍인 하남 위례성(河南 慰禮城)의 유력한 후보지로 거론됐던 경기 하남시 교산동 일대가 백제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유적으로 결론이 났다.기전문화재연구원(원장 장경호)은 26일 "하남시의 요청으로 교산동 일대 약 2,850평의 대형 건물 터에 대해 1999년부터 4차례 발굴조사를 실시한 결과, 하남 위례성의 흔적은 전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연구원은 "기와 토기 자기 등 수만 점의 유물이 출토됐지만 백제 관련 유물은 단 1점도 발견되지 않았다"면서 "그러나 통일신라 때부터 조선 후기까지 존속한 지방 관청으로 추정되는 대형 건물 터를 확인한 것은 큰 성과"라고 덧붙였다.
연구원은 교산동 일대 건물이 9세기께 축조돼 두 차례 증·개축됐다고 밝혔다. 우선 건물 터를 둘러싼 토루(土壘)에서 '城達(성달)' '哀宣(애선)' 등 후삼국 시대에 활약한 고려의 장군 이름이 새겨진 기와가 출토된 점으로 미뤄 고려 건국을 도운 이 지역 호족세력에 의해 건물이 처음 축조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자형 건물 배치가 완성된 것은 고려 중기로, 이 시기 유적층에서 '廣州客舍(광주객사)'란 명문 기와 등이 출토됨에 따라 관영 건물로 쓰였을 가능성이 높다. 이어 조선시대에는 토루 일부를 깎아내고 새 건물이 들어섰는데, 발굴단은 광주 치소(治所)가 남한산성으로 옮겨가기 전까지 이곳에 자리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연구원의 김성태 연구실장은 "교산동 건물 터가 기대를 모았던 하남 위례성은 아닌 것으로 밝혀졌지만 이성산성, 천왕사 터 등 주변 유적과 함께 중세의 지방 행정을 연구하는데 매우 귀중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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