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강도혐의로 감호위탁시설(소년원의 전 단계인 비행 청소년 교화시설)에 수용됐던 A군. 비슷한 처지의 또래들이 모인 이곳에서 A군은 수용청소년들과 범죄 정보를 주고 받는 데 몰두했다. 결국은 사회에 나온 후 다시 강도 행각을 벌이다 붙잡혀 소년원에 복역중이다. A군은 "내 책임이 가장 크긴 하지만, 범죄수법 등을 배우는 데 쉽게 노출되곤 했고 더욱 대담하게 나쁜 짓을 하게 됐다"며 회한의 눈물을 흘렸다.■절반 이상 "동료와 범죄 얘기 한다"
소년원과 감호시설들은 최근 벤처사업가를 배출하고 직업프로그램을 강화하는 등 비행 청소년들을 양지로 이끄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런 가운데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최근 법무부에 제출한 '4호처분(비행 청소년을 소년원에 보내지 않고 아동복지시설이나 감호시설에 보내 교화하는 처분)의 운영 실태 및 개선방안' 용역 보고서는 이들 시설에 '범죄 교실'의 어두운 그림자를 다시 드리우고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4호처분 위탁생과 소년원생들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동료들끼리 범죄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정도'를 묻는 질문에 233명 중 4.3%가 '아주 자주', 13.7%가 '자주', 34.8%가 '보통'이라고 답했다. 위탁생 중 52.8%가 A군처럼 이들 시설에 들어와서도 범죄에 관한 얘기를 나누고 있는 셈이다. 특히 소년원생(1,560명) 중에는 58.6%가 범죄에 관한 얘기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당수 청소년 '새 범죄수법 배웠다'
이들 시설에서 새로운 범죄 수법을 배웠다는 청소년이 적지 않다는 조사결과는 더욱 충격적이다. 위탁생들은 '범죄 수법을 많이 배웠다'는 진술문에 대해 '정말 그렇다'(1), '그렇다'(2), '보통이다'(3), '그렇지 않다'(4), '전혀 그렇지 않다'(5)라는 답안에 대해 평균 3.80로 답했다. 즉 '보통'과 '그렇지 않다'에 가장 많은 답을 했음을 의미하지만 역으로 상당수 청소년들은 범죄 수법을 새로 배웠다는 해석이 가능해진다. 법무부 관계자는 "범죄에 익숙한 아이들만 모아놓은 데다 내부 대화까지 통제하기는 역부족"이라며 "지속적인 교육과 상담 등으로 교화·설득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놓았다
이런 와중에 지난해 소년원 졸업생 50여명이 대학에 진학하고 일부는 정보통신 분야 자격증 취득을 위해 수감생활 연장을 신청하는 등 교화된 청소년도 상당수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법무부는 "출소 후 또다시 범죄 구렁텅이로 빠져드는 부류와 교화되는 원생 사이의 뚜렷한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범죄학습 등 집단 수용생활 한계와 문제점을 최소화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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