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상대로 대선 사상 초유의 당선무효 소송을 제기하자 대법원이 고심에 빠졌다. 정치적 파장은 차치하더라도 대선 결과에 대한 재검표 전례가 없는데다 선거법상 명확한 규정도 없기 때문이다.당장 재검표 대상 선거구를 어떤 기준으로 선정할 것이냐는 문제가 고민거리다. 대법원은 현재 한나라당이 요청한 선거구와 전체 선거구 또는 임의로 추출한 표본 선거구 등 세 가지 안을 놓고 법률 검토 작업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특정 선거구만을 재검표대상으로 할 경우 자칫 추가 정치공세에 휘말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2,450여만표를 전면 재검표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국정 혼란을 피하기 위해 대통령 취임식이 거행되는 내년 2월까지는 소송의 대체적인 윤곽을 확정지어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이 때문에 대법원은 이르면 26일 담당 재판부를 결정하는 등 재판을 신속히 진행하는 한편 재판부에 재검표 선거구 선정 등 모든 판단을 전적으로 위임한다는 선으로 입장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중앙선관위원장인 유지담(柳志潭) 대법관이 소속된 대법원 2부는 재판 과정에서 배제될 전망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재판부가 몇 개 표본 선거구의 재검표 결과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다면 소송이 조기 기각될 가능성도 있다"며 "그러나 관건은 당사자의 승복 여부인 만큼 원고측 입장을 충분히 고려해 재검표 작업을 벌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진석기자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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