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5일 신입사원 채용에서 학력제한을 없애기로 한 것은 여러 측면에서 상징성이 크다. 민간 대기업 중 일부가 이미 학력철폐를 시도하긴 했지만 아직 사회적 파급효과가 미미한 상황에서 국내 금융기관의 대표 격인 중앙은행이 능력중심의 인사제도 개혁에 나섰다는 점에서 무엇보다 귀추가 주목된다. 더구나 상고 출신의 젊은 대통령 당선자의 등장과 함께 우리 사회 전반에 '학벌주의 타파' 가 하나의 거대한 물결을 형성할 수도 있다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한은이 마련한 신입사원 채용개선안의 골자는 고졸 이상으로 제한했던 지원자격을 내년부터 전면 폐지한다는 것. 대학 전공을 이수해야만 업무가 가능한 일부 분야(통계 및 전산)는 종전처럼 '관련학과 졸업자' 제한규정을 그대로 두기로 했지만 사실상 모든 사람에게 학력제한 없이 '금융권의 별'이라는 중앙은행의 취업 문을 열어놓겠다는 것이다. 취업신청서에서 학력란을 아예 없앰으로써 그동안 학교 지명도 등으로 선발과정에서 적지않게 차별을 받아온 지방 대학생들이나 고졸자들이 당장 큰 혜택을 입게 될 것이라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이번 채용개선안은 박승(朴昇) 총재의 '강력한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후문. 취임 이후 줄곧 능력위주인사의 필요성을 역설해 온 박 총재는 최근 인사담당자들과의 간담회에서 "달달 외워서는 시험을 만점받아 봐야 중앙은행 직원으로서 자격이 없다"며 "문제를 따져서 해결방법을 모색하려는 창의적인 사고력을 가진 행원을 선발해야 한다"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은 관계자는 "우리사회의 발전을 가로막아 온 학벌주의와 간판문화의 병폐를 없애는 조그만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변형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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