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행정수도 이전 공약으로 부동산 시장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행정수도 이전이 예정된 충청 일부 지역은 토지와 신규·기존 아파트 등의 가격이 요동을 치고 있는 반면 강남과 과천 등 이전 계획에 따라 '반사 손해'를 보는 지역은 하락 양상이 뚜렷해 울상을 짓고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그러나 아직 수도 이전의 규모나 시기, 지역 등 확정된 게 아무 것도 없기 때문에 섣불리 '수도 이전 효과'에 휩쓸리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조언한다▶충청지역이 뜬다
행정수도 이전 후보지로 꼽히는 곳은 충남 아산 신도시, 공주시 장기면 일대, 충북 청주시 오송·오창 과학단지 등. 이들 지역에서는 대선 이후 부동산 가격동향 등을 묻는 문의전화가 쇄도하면서 기존의 매물들도 자취를 감추고 있다.
공주시 무릉동의 한 부동산 관계자는 "장기면 일대 땅값과 매물을 물어오는 전화가 대선 이후 부쩍 늘면서 땅 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평당 3만∼4만원대의 임야는 상반기 가격을 유지하고 있지만 매물이 사라지면서 가격도 오름세를 탈 것이라는 전망이다.
대전과 아산 인근의 아파트 시장도 오름세가 확연하다. 대전의 경우 서구 둔산·월평·가장·내동 일대와 유성구 노은·지족동 등의 기존 아파트들이 최근 1주일 사이에 1,000만∼2,000만원씩 올랐다.
둔산동 K부동산 관계자는 "매수 문의가 폭주하면서 매물이 모두 들어가는 바람에 영업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도리어 "매물을 구해 줄 수 없느냐"고 반문했다. 최근 가장동에서 분양 마감한 래미안 아파트도 대선 이후 매수자가 몰려들면서 물건들이 동이 난 상태다.
올들어 분양이 쇄도한 천안시 불당지구의 30평형대 아파트의 분양권도 분양 당시 보다 1,500만∼1,700만원의 웃돈이 붙어 1억5,000만∼1억6,0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 강남·과천권은 울상
행정수도 이전으로 직접적인 타격을 받게되는 강남과 과천지역은 반대로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 특히 정부 청사가 자리잡은 과천 지역은 행정수도 이전으로 자칫 공동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재건축을 추진중인 서울 잠실주공1,2단지의 경우 13, 15평형 아파트가 최근 500만원씩 내렸다. 대치동 현대 아파트 43평형의 경우도 1,500만원이 빠진 7억5,000만∼8억원에 매물이 나오고 있다.
도곡동 삼성 래미안은 평형별로 500만∼1,500만원씩 호가가 내렸다. 부동산뱅크 김용진 편집장은 "강남 지역의 경우 그동안 재건축 등의 영향으로 가격이 급등한 데다 행정수도 이전이라는 악재까지 겹치면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충청권과 강남권의 대비되는 시세는 심리적 영향에 따른 일시적 현상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수도이전과 관련해 아직까지 확정된 계획이 없기 때문. 닥터 아파트 곽창석 이사는 "아파트와 달리 환금성이 떨어지는 충청권의 토지시장에 섣불리 투자하는 것은 금물"이라며 "강남권도 매수세가 심리적으로 위축돼 있긴 하지만 매물이 쏟아지면서 급락세로 반전할 가능성은 없다"고 전망했다.
/김정곤기자 kimj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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