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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 세대갈등이 쟁점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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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 세대갈등이 쟁점 아니다

입력
2002.12.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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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대 대통령 선거를 겪으면서 세대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우선 그 결과가 세대간 정치 선호도 차이를 뚜렷이 드러내고 있다. 전체 유권자의 48.3%를 차지하는 20∼30대 가운데 각각 62.1%와 59.3%가 노무현 후보를 지지한 반면 이회창 후보의 지지율은 30대%에 머물렀다. 결국 20대와 30대의 지지가 노 후보 당선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세대차이를 설명하면서 흔히 등장하는 것이 소위 인터넷 혁명과 이들의 색다른 경험이다. 인터넷 혁명은 새로운 세대를 특징짓는 상징으로 인식되어 있다. 이들은 새로운 기술을 통해 기존의 정보소스에서 얻지 못했던 것들을 얻을 수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판단을 하게 되었다. 이른바 이들 '2030세대'는 인터넷을 통해 이전에 없었던 활발한 시민활동의 경험을 얻은 것이다. 인터넷을 통한 의견 교환, 붉은악마의 경험, 의정부 여중생 사망사건으로 촉발된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개정운동 등으로 이들은 익명에 기초한 모임의 경험과 활발한 참여를 축적하고, 이 과정에서 한국 사회의 변혁의 필요성을 인식하게 되었다. 이런 것들이 개혁 지향적이고 상대적으로 젊은 후보를 지지했다는 결론이다.

세대차이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견해는 일견 통계적으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또한 2030세대가 이번 선거에서 조직적이고 적극적으로 임했다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20대의 투표율이 47.5%에 불과, 반 이상이 투표에 불참했다는 사실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또 노 후보를 지지하지 않은 40% 가까운 30대, 노 후보를 지지한 약 40%의 50대 유권자는 무엇으로 설명할 것인가. 2030세대가 인터넷 세대인 점을 부정할 수는 없겠지만 세대차이의 핵심 지역인 수도권에서 양 후보의 지지성향이 40대 중반에서 갈라지는 현상은 인터넷 문제로는 설명되어지지 않는 대목이다.

한국사회의 불안 요인은 외환위기 이후 근본적으로 게임의 법칙이 변했기 때문이다. 기성세대의 특징은 국가 권력을 직·간접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학연, 혈연, 지연 등 각종 연줄을 동원하여 생존해왔다. 세계화와 외환위기는 우리 사회에 이런 게임규칙의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에도 구태의연한 법칙은 사라지지 않았으며, 새로운 규칙이 정착되지도 않았다. 이러한 상황은 특히 젊은 세대에게 심각한 불안감을 안겨 주었다. 40∼50대의 세대들은 외환위기 자체도 과거의 연줄을 동원하는 구태의연한 법칙으로 극복하려 한 세대이다. 이들은 대학에서 민주화를 외치다가도 사회에 나오면 기성세대의 '연줄 정치'에 적응하지 않으면 안 되었던 것이다. 외환위기 이후 가장 큰 심리적 경제적 충격을 받거나 과거의 문제점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50대들은 좌절감에서 변화의 세력에 동조했을 것이다. 40대 초반은 과거의 경험과 함께 새로운 게임에 적응하려는 세대이고, 30대는 과거의 법칙을 알면서도 적극적으로 새로운 규칙에 적응하면서 신·구의 갈등을 가장 많이 겪는 세대다.

이런 측면에서 20대는 한편으로 새로운 게임 규칙에 적응력이 있으면서도 현실적으로 직장문제 등 높은 불확실성을 경험하고 있다. 또한 이들은 기성세대와 달리 대학시절 현실 참여를 통해 얻은 기준과 대학 졸업 후 적응해야 할 룰과의 괴리를 느낄 필요가 없다. 기성사회에 대한 경험이 거의 없거나 약한 반면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가장 높은 세대다. 이런 경우 반응은 극단적인 불안감의 표출을 통한 변화의 요구이거나 극단적인 무관심이다. 20대의 낮은 투표율은 바로 이를 증명하고 있다.

이렇게 볼 때 이번 선거는 단순한 세대 문제라기보다 한국 사회에 흐르는 각종 제도와 게임 규칙의 불안정이 근본적인 문제였다. 이런 불안정을 가장 민감하게 느낀 세대가 조직적인 반응을 보였고, 인터넷은 다만 이를 위한 하나의 수단이었을 뿐이다. 세대의 문제를 구체적인 정책 대안으로 모색할 때 이 점이 필수적으로 고려되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하 용 출 서울대 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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