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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 WWW.세상읽기]잘 가라, 2002년

입력
2002.12.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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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은 해를 보내는 관습에 관한 한 우리는 '잊자' 주의자들이다. 12월이 되면 그 해의 괴로움을 잊자는 망년회 모임을 여러 차례 가진다.영어에는 '망년회'와 꼭 같은 단어가 없다. '새해 전날 밤 파티(new year's eve party)'가 있을 뿐이다. 영어권 사람들의 이 섣달그믐 파티는 '잊자'는 모임이 아니다. 자정이 되면 "악귀여 물러가라"며 호루라기니 동물의 뿔을 불며 묵은 해를 보내고, 환호성 지르며 새해를 맞으니(www.marvelicious.com/newyear.html) '맞자'는 모임이다.

우리의 관습과는 반대로, 언론매체가 한 해 정리에 분주하다. 올해의 인물, 올해의 사건, 올해의 승자 패자를 발표하고 있다. 그저 '잊자'가 아니라 기억할 일과 버릴 일을 살피자는 것이다. 의미 있는 작업이다.

그러나 언론매체의 한 해 정리는 비판의 눈초리로 볼 필요가 있다. 매체의 목소리가 날이 갈수록 커져 개인들이 묵은 해를 보내며 되살려 가슴에 넣고 싶은 일과 떠나 보낼 일들을 차분히 정리하기 어렵게 만든다는 것은 논외로 치고도 그렇다. 이상한 일이지만 그 어느 나라의 그 어느 매체도 매체 스스로까지를 대상화시켜 한 해를 정리하는 일은 없다. 매체의 잘못은 슬쩍 묻어두는 것이다. 우리나라 매체가 대선이 끝난 뒤 '대선을 읽는다'느니 '대선 결과 해부'는 싣지만 대선의 보도태도니 예측을 반성하는 일 없는 것을 생각하면 공감할 수 있다.

매체들이 결코 선정하지 않을 사건 중 올해의 사건으로 포함시키고 싶은 것이 있다. 대선보도에서 언론권력이라 불리던 일부 종이언론과 언론인이 인터넷과 네티즌에 패한 사건이다. 인터넷을 헤매며 이 칼럼을 써온 기자로서 올해의 사건으로 인터넷 언론의 승리를 넣고 싶은 것이다. 사실, 인터넷이 선거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은 4월의 프랑스대선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극우의 르펭 후보 당선저지에는 네티즌들의 논쟁과 토론이 한 몫 했었다.

선거 중 20대 자녀의 투표를 막기 위해 50대 부모는 용돈을 끊겠다는 위협을 가하라는 글을 썼던 언론인을 맹렬히 비난한 네티즌들이 있었다. 이들이 있는 한, 20∼30대의 지지자와 50대의 지지자가 달랐다는 점을 세대간의 차이가 아니라 갈등으로 몰아가고 인터넷미디어의 힘을 인정하고 싶어하지 않는 언론권력들은 다시 한 번 비판 받을 것이다. 오늘로서 이 칼럼은 끝을 내리지만 말하고 싶다. "잘 가라, 2002년이여. 잘 가라, 부당한 언론권력."

/박금자 편집위원 park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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