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각 단과대가 2004학년도 입시부터 모집단위 세분화를 추진하고 있는 사실이 알려진 25일 교육부 관계자들은 어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서울대가 자만에 빠져 아무래도 국립대학이라는 사실을 잊은 것 같다." "약속을 안 지키려면 애초에 돈을 요구하지 말았어야지"….BK(두뇌한국)21 사업은 교육부가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학원 중심 대학 육성을 위해 1999년부터 7년 계획으로 실시한 중점 사업. 입학 때 적성보다는 성적에 따라 전공을 결정하는 풍조를 개선하기 위해 모집단위 광역화를 전제 조건으로 내건 것이 골자다. 교육부는 이를 위해 매년 2,000여억원을 각 대학에 쏟아 부었다.서울대도 모집단위 광역화를 전제로 올해까지 3년 동안 전체 BK21 지원금의 절반이 넘는 1,000억원 이상씩을 받아왔다.
그런데도 이 사업의 최대 수혜자인 서울대는 시행 첫 해부터 교육부와의 약속을 일관되게 무시해 왔다. 모집단위 광역화가 첫 시행된 2002학년도 입시에선 10개 단위 선발 계획을 세웠다가 교수들이 집단 반발하자 16개 단위로 확대했다. 2003학년도 입시에서도 이공계 기피현상을 해소한다는 명분으로 이공계 대학의 모집단위를 추가 세분화했고, 비인기학과를 보호한다며 수시정원의 30%에게 전공 선택의 기회를 부여하는 '전공예약제'를 전격 시행했다. 서울대는 급기야 2004학년도부터는 전공예약제의 수시정원 50% 확대와 학과별 모집을 병행 추진, 사실상 모집단위 광역화 약속을 폐기하겠다고 나섰다.
BK21 사업의 부작용을 주장하는 의견에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당초 약속과 달리 돈만 챙기고 제도개혁은 못하겠다는 식의 서울대 '잇속 챙기기 행보'는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립대'라는 본분을 잊은 처신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정원수 사회1부 기자nobleli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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