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인(57·사진) 수녀가 일곱번째 시집 '작은 위로'(열림원 발행)를 펴냈다. 3년 만이다.38년 전 수도원에 입회한 그의 시는 내내 그곳에서 쓰여졌다. 시는 기도와 다르지 않았다. '잔디밭에 쓰러진/ 분홍색 상사화를 보며/ 혼자서 울었어요// 쓰러진 꽃들을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몰라/ 하늘을 봅니다'('작은 위로'에서). 연약한 감상처럼, 서투르고 어눌하게 보이기도 하지만 쓰러진 꽃을 보고도 마음이 아파 기도하고 시를 쓰는 그이다. 시인 마종기씨는 "이 수녀의 시 뒤편에는 사람들을 손잡게 하고 미소를 나누게 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말한다. 자아가 낮아지고 작아질 때 더 큰 것을 얻는다는 신의 가르침을 이 수녀는 소박한 시로 옮긴다.
수도원의 일상은 작고 사소한 것들이 실은 얼마나 순결한지, 얼마나 귀한 삶의 진리를 숨기고 있는지 알려준다. '우울한 날은/ 빨래를 하십시오/ 맑은 물이 소리내며 튕겨올리는/ 노래를 들으면/ 마음이 밝아진답니다// 기도하기 힘든 날은/ 빨래를 하십시오/ 몇 차례 빨래를 헹구어내는/ 기다림의 순간을 사랑하다 보면/ 저절로 기도가 된답니다'('빨래를 하십시오'에서). 말하고 싶은 것을 가리지 않고 순하게 드러내는 그의 시는, 치장한 우리의 얼굴과 몸을 부끄럽게 하는 큰 힘을 갖는다.
/김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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