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4일 핵 시설 봉인을 완전 제거하는 등 금지선(red line)에 한 단계 다가섬에 따라 한미일 3국의 대응 방법과 수위도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3국은 아직 '외교적 설득' 방침을 거듭 확인하고 있지만, 유엔 제재 등을 통한 강제 저지 방안도 신중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일 3국은 일단 북한이 '현재의 핵'으로 간주돼온 폐연료봉의 봉인을 제거하고 재처리를 실행에 옮길 경우를 '금지선'으로 상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전력생산'을 명목으로 5㎿ 원자로에 연료봉을 재장전 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는 플루토늄 추출과 핵무기 개발로 이어지는 폐연료봉 재처리 보다는 상대적으로 위험의 강도가 낮기 때문이다.한미일 3국의 대응 수위는 일단 내달 초 잇달아 열리는 대북정책조정감독그룹(TCOG) 회의,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집행이사회에서 어느 정도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북한이 이때까지 전향적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경수로 건설 중단, 대북 경제제재 등으로 압박 강도가 높아질 공산이 크다. 우리 정부는 현재 어떻게 든 남북대화를 유지해 북한을 설득하겠다는 입장이나 이때쯤에는 남북관계도 속도조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와 함께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내달 초 긴급이사회를 열어 북한의 핵 동결 및 감시체계 해제 조치의 복원을 요구하는 특별결의안을 채택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북한이 IAEA 감시관을 추방,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등으로 맞설 경우 북한 핵 사태는 유엔 안보리로 넘겨져 증폭될 것으로 예상된다. IAEA는 이미 북한 핵 문제의 유엔 안보리 상정을 적극 검토 중이다. 유엔의 개입은 북한 핵 문제가 1994년 위기와 비슷한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을 예고한다. 그러나 당시 유엔은 북한에 추가사찰을 촉구하는 의장성명을 채택하는 데 그쳤으나 이번에는 최근 이라크의 핵사찰처럼 미국에 군사 개입의 명분을 제공할 수 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의 추가 대응을 지켜보면서 일단 외교적 압력을 계속 강화해 나갈 것이지만, 핵무기 개발 징후를 드러낸다면 미국의 언급대로 비외교적 방안에 동조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준기자 d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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