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의 담판을 위한 '벼랑 끝 전술'인가, 핵 보유를 겨냥한 군사모험주의인가. 국제원자력기구(IAEA) 감시체계를 무력화한 북한의 의도는 플루토늄 추출로 이어지는 폐연료봉의 동선(動線)에 따라 드러나게 된다.향후 핵 파문은 북한이 폐연료봉을 재처리 시설인 방사화학실험실로 옮길지 여부에 따라 180도 다르게 전개될 수 있다.
22일 폐연료봉 저장시설의 봉인을 제거함에 따라 '현재의 핵'인 폐연료봉의 상태를 확인할 수단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핵 개발 의도가 있다면 폐연료봉을 철길 건너편에 있는 방사화학실험실로 옮겨야 할 것이고, 이 과정은 단순한 화물 수송이 아니기 때문에 미 정보기관에 포착될 것"이라고 말했다.
방사화학실험실은 1994년 제네바 합의 당시 내부시설 40%, 외부건물 80%의 공정상태에서 건설이 중단됐다. 그러나 충분히 재처리 능력을 보유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북한은 이미 90년대 초 여기서 7∼22㎏의 플루토늄, 즉 '과거의 핵'을 추출한 것으로 미국은 간주하고 있다. 북한도 92년 IAEA 임시사찰 당시 258개의 '사용 후 연료봉'을 재처리해 90g의 플루토늄을 생산했다고 시인했다.
전문가들은 이 시설이 완공됐을 경우 하루 500㎏씩, 100일 정도면 보유 중인 폐연료봉 전체를 재처리, 핵무기 4∼6개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플루토늄 29∼35㎏을 내포하고 있는 폐연료봉 50톤 모두를 추출하지 않고 급한 대로 핵무기 1∼2개 만을 먼저 만들려 한다면 기간은 더 짧아진다.
재처리는 폐연료봉을 5㎝ 길이로 절단해 용해조에 넣은 뒤 용매추출방식으로 플루토늄을 분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플루토늄은 Pu239와 Pu240으로 나눠지며, 그 중 239가 93% 이상 돼야 핵 무기 제조에 이용할 수 있다. 일단 플루토늄을 손에 넣으면 이를 핵무기로 만드는 데는 7∼10일이면 족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북한이 재처리 후 용액 상태인 플루토늄을 금속으로 환원하는 능력이 있는지, 기폭장치 등 제조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동준기자 djlee@hk.co.kr
● 봉인 어떻게 했나
IAEA가 핵 시설 동결을 위해 원자로나 관련 시설 중요 부분을 와이어 등으로 고정해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것. 가장 간단한 장치로는 와이어와 걸쇠로 만들어 진 것이 있다. 일단 잠근 후에는 걸쇠를 부수거나 와이어를 절단하지 않는 한 제거할 수 없다. 제거했다가 다시 잠가도 걸쇠에 흔적이 남아 간단히 알아챌 수 있다. 이동시키면 자동적으로 감지해 기록을 남기거나 제거된 날짜와 시각을 기록하는 장치도 있다. 원자로나 핵연료 용기, 핵연료 반입용 출입구, 원자로를 가동할 때 조작해야 하는 밸브 볼트 스위치 등도 봉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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