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쟁과 베네수엘라 파업사태, 북핵 문제 등 대내외 '복합위기'에 따라 국제 유가가 2년래 최고수준으로 급등하고 국제금융시장이 냉각 조짐을 보이는 등 정권이양기에 대외 경제환경에 짙은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이에 따라 대선 직후 일시 상승했던 증시가 하락세로 반전하고, 내년 1분기 성장률의 급락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국내 경제도 요동 조짐을 보이고 있어 정권이양기에 야기될 수 있는 경제적 리더십의 누수현상을 조속히 틀어막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품거래소(NYMEX) 등에서 거래된 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는 전날 대비 1.45달러(4.8%) 급등한 31.75달러에 거래됐다. 이는 2001년 1월 이후 거래 마감가 기준으로는 2년만에 최고 수준이다.
이날 유가 급등세는 이라크전쟁 위기 고조와 함께 세계 5위 산유국인 베네수엘라 정정 불안에 따른 것. 그러나 향후 유가의 고공행진 가능성으로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회복의 지연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국제 금값이 연일 5년래 최고 수준인 온스당 349달러를 오르내리는 등 부작용도 가시화하고 있다.
재경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 "국내 경제에 직결되는 두바이유의 상승폭은 아직 크지 않다"면서도 "상승세가 이어질 경우 내년초 국내 물가와 국제수지에 일시적 악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상 국제유가가 1달러 오르면 국내 국제수지에는 8∼9억달러의 적자 요인이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대선 후 국내외 증시도 불안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11월말 8896.09였던 미국 다우존스지수는 20일부터 하락세로 반전돼 23일 8493.29로 마감됐고, 국내 종합주가지수 역시 대선 직후 709.44로 일시 반등했다가 24일에는 677.82로 가라앉았다. 동원증권 김성렬 차장은 "북핵 위기의 급격한 고조에 따라 외국인 투자자가 관망세로 돌아서고 있다"고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대내외 위기 고조에 맞춰 삼성증권은 이날 '2003년 경제전망'을 통해 "내년도 1분기 국내 경제성장률이 3.9%로 급락할 것"이라고 전망하는 등 단기 경제 비관론도 잇달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최근 내수위축 등을 감안할 때 최소한 내년 1분기 성장이 다소 둔화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1분기가 내년 경기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금융연구원 관계자는 "그동안 국내 증시는 해외 증시에 비해 '나홀로 강세'를 보였지만 북핵문제 등이 악화할 경우 이제는 오히려 '나홀로 약세'가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며 "정권 인수·인계에 따른 과도기에 정부정책의 중심을 확실히 다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장인철기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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