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의 승패와 관계없이 정치개혁의 당위성이 급부상하면서, 민주당과 한나라당 모두가 개혁방안을 놓고 진통을 거듭하고 있다. 대선에서 확인된 변화와 개혁을 요구하는 시대적 흐름을 외면했다가는, 2004년의 총선에서 살아 남기 힘들다는 절박함이 배어 있는 움직임들이다. 각 정당의 백가쟁명식 개혁방안은 구시대 인물의 퇴장을 전제로 한 인적(人的) 청산과 정당과 정치시스템을 수술하자는 제도적 개혁으로 압축할 수 있다.개혁의 주안점을 제도쪽에 두어야 할 것인가, 아니면 인적 청산에 맞춰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양론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인적 청산에는 당내 헤게모니 장악을 위한 권력투쟁적 요소가 내재돼 있고, 정당이 제대로 하지 못하면 국민이 선거를 통해서 할 수도 있다. 옥석은 가려야 하겠지만, 정치권 전체가 개혁대상이 됐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제도적 개혁은 지금 하지 못하면, 정치권의 기득권에 밀려 유야무야될 가능성이 있다. 정치권이 선거가 끝나고 나면 스스로를 개혁하겠다고 떠들다가, 이내 시들해지는 경우를 우리는 여러 차례 봐 왔다.
제도적 개혁의 요체는 단기적으로는 고(高)비용 저(低)효율의 정당정치를 구조조정하는 것이며, 장기적으로는 지역주의 등의 낡은 유산을 극복할 수 있는 선거제도와 정치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다. 여야 모두에서 중앙당과 지구당 슬림화, 원내정당화 추진 등의 방안이 공통적으로 거론되고 있음을 주목한다. 지구당의 경우 아예 폐지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지역주의 극복방안으로 1구 1인의 소선거구제를 1구 3∼5인의 중대선거구제로 바꾸자는 주장도 제기됐다. 정치권은 완급과 선후를 가려 제도적 개혁에 최선을 다해야, 정치로부터 멀어진 국민의 관심을 그나마 되돌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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