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개혁 논란의 초점이 '지도부 선 사퇴' 여부로 좁혀지는 분위기다. 지도부는 "인위적인 밀어내기는 수용할 수 없다"며 조기 전당대회를 통한 지도체제 변화 및 재창당 추진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당선자측의 기류도 비슷하다. 반면 개혁그룹은 "지도부가 당장 물러나야 한다"며 '선 인적 청산론'을 노골적으로 제기하고 나섰다. 일부 중진이 개혁 속도조절론을 펴며 중재에 나섰지만 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아 보인다.한화갑(韓和甲) 대표 등 지도부는 '민주적 절차에 따른 재창당'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조기 전당대회 개최를 통한 새 지도부 선출, 당명 개정, 중앙당 조직 슬림화 등이 골자다. 한 대표의 측근은 24일 "개혁파처럼 숙청하듯이 지도부에게 무조건 물러나라고 요구하는 건 옳지 않다"면서 "전당대회라는 민주적 절차를 통해 자연스럽게 인적교체가 이뤄지면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 대표의 출마 가능성도 낮게 봤다.
노 당선자의 입장도 '조기 전당대회를 통한 취임 전 지도부 교체'로 해석된다. 신계륜(申溪輪) 비서실장은 "당이 정당한 방식을 통해 자율적으로 지도부를 구성하기 바란다는 게 당선자의 뜻"이라며 이를 뒷받침했다.
그러나 개혁파는 "개혁 대상인 현 지도부가 개혁을 주도해선 안 된다"며 지도부 총사퇴를 요구하고 있다."전당대회에 현 지도부가 모두 나와 다시 선출되면 인적 청산은 물거품이 되고 만다" "노 당선자의 의도대로 당장 당 역학구도를 재편하고 17대 총선에서 대규모 물갈이를 이루려면 지금부터 구 주류세력의 기를 제압해야 한다"는 등의 전략적 고려가 엿보인다.
신기남(辛基南) 의원은 "지도부가 먼저 사퇴하면 최고위원회의가 의결한 당개혁특위도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개혁파 안에서는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을 정도로 세가 모이면 탈당해서 범 정치권 차원의 신당 추진기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소수 의견도 나온다.
김원기(金元基) 정대철(鄭大哲) 의원 등 노 당선자 측근 중진인사들은 이날 조순형 정동영 신기남 의원 등과 점심을 같이 하며 중재를 시도했다. 이들은 "성급해선 안 된다"며 완급 조절을 당부했다. 선대위 본부장단도 이날 "대표가 물러나면 좋겠지만 이것이 어렵다면 개혁특위 활동을 거쳐 내년 2월 전에 전당대회를 열어 개혁을 구체화하자"는 내용의 절충안을 마련했다.
당 안팎에서는 노 당선자측의 기류를 감안, "내년 2월께 전당대회에서 당명과 당의 얼굴을 바꾸는 것으로 재창당의 면모를 보인 다음 2004년 17대 총선에서 대규모 물갈이로 인적 청산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신효섭기자 h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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