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산고 끝에 개인워크아웃(신용회복지원협약) 대상자들이 처음 탄생했다. 제도 도입 이후 두 달 만인 23일 신용회복지원위원회의 까다로운 심사관문을 통과한 '합격자'는 모두 20명. "빚 때문에 못 살겠다"며 구제를 호소하는 민원이 하루에도 수백 건씩 몰려드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상당히 운이 좋은 사람들이다.그러나 이들은 일선 금융기관의 차가운 시선과 높디높은 문턱을 넘어선 '의지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생업을 팽개치고 두 달 내내 은행만 찾아 다니며 부채증명서 등 관련 서류 발급을 구걸하다시피 했다"는 어느 대상자의 말이 아니더라도 금융회사의 냉대와 비협조는 워크아웃 신청자들이 극복해야 할 또 하나의 장벽이다. 폭주하는 워크아웃 관련 문의에 비해 실제 신청률이 저조한 것도 금융기관의 적극적인 참여의식이 미흡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개인워크아웃 제도 도입 이후 '배째라' 채무자가 느는 데 대한 금융기관의 근심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채무자들의 도덕적해이 못지않게 이 제도에 무조건적으로 눈부터 흘기는 금융기관의 행태도 문제다.
개인워크아웃의 기본취지는 당장 부채를 갚을 능력이 없는 이에게 회생의 기회를 주어 자력 갱생하게 함으로써 경제적으로는 물론이고 사회적 통합에도 기여하자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중(多重)채무자에 대해 금융기관들이 너도나도 채권을 회수하고 신용한도를 축소해버린다면 그 피해는 결국 전체 금융기관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채무자의 갱생이 결과적으로 금융권 전체의 '공동이익'이 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금융기관들의 대승적인 판단과 적극적인 자세가 요구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변형섭 경제부 기자 hispe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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