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최고 지도자의 딸이 한국 로커들의 매니저를 자처한다? 시대 상황이 적절히 배합됐고, 로커들이 나오니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노래와 감성도 적절히 끼워 넣을 수 있고, 남자 멤버와 '공주' 사이에는 약간의 로맨스도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휘파람 공주'는 그 어느 것 하나 강렬한 맛으로 다가오는 것이 없이 그저 재료들을 밋밋하게 섞어 놓았다는 느낌을 줄 뿐이다.북한 최고 지도자의 숨겨진 딸 지은(김현수). 평양예술단의 수석 무용수로 공연을 마친 그녀는 호텔에서 도망친다. 유럽 유학 중의 자유를 잊지 못하는 그녀는 자유로운 공기를 마시고 싶었던 것. 무턱대고 차에 올라탔다 자신을 구해준 록밴드들과 어울리게 된 지은은 매니저를 자처하며 이들을 좇아 다니고, 남북한의 정보원들은 그녀를 찾기 위해 혈안이 된다.
그룹 노펜스의 리더 준호(지성)와 만나는 순간부터 티격태격하는 지은. 물론 야릇한 사랑을 위한 에피타이저다. 권력자의 숨은 딸과 밴드에 미쳐 가정을 버린 아버지에 대한 미움으로 음악을 시작한 준호, 둘 다 부모로부터 받은 상처를 확인하면서 사랑에 빠진다.
밴드 영화와 멜로 드라마, 액션 영화가 엉성하게 조립된 느낌이다. '쉬리'급의 액션을 지향했을 터인데 '광시곡'의 액션이 연상되고, 철저히 할리우드 공식대로 쫓아가는 스토리도 식상할 뿐이다. 한국 국가정보원 요원 석진(박상민)과 북한 인민무력부 요원 상철(성지루)의 티격태격하는 우정이 그런대로 눈길을 잡지만, 관객의 상한 마음을 복구하기엔 역부족.
미 CIA 강경파가 남북한 화해를 방해하기 위해 비밀테러요원들을 한국에 급파, 지은을 제거하려는 음모를 꾸민다는 설정은 요즘의 '반미' 분위기와는 맞아떨어질지는 몰라도, 맞지 않은 옷을 입은 듯 영화에서 겉돌기만 한다. '착한' 주인공들의 아기자기한 얘기에 시선이 끌리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첩보와 액션이 마구 끼어 들면서 어느 주제 하나 '진정하게' 파고들지 못한 연출력이 아쉽다. 감독 이정황. 24일 개봉.
/박은주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