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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수사 편의보다 인권 우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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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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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회에서 인권은 어떤 가치보다 상위의 개념이다. 피의자나 피고인의 인권이라고 해서 그 가치가 달라지지도 변하지도 않는다. 이 정부 들어 인권위원회가 설치된 것도 국가 차원에서 수사기관에 의한 부당한 인권침해를 막기 위한 조치였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최근 법무부가 마련한 형법·형사 소송법 개정 초안은 수사편의를 강조한 나머지 피의자의 인권을 소홀히 할 소지가 적지 않다.문제의 조항은 변호인 제한 및 피의자 구속기간 연장, 참고인 강제구인과 사법방해죄 신설 등이다. 초안은 변호인의 신문 참여를 허용하면서도 체포 구속 후 48시간 이내는 예외를 인정, 접견을 제한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헌법상 권리를 침해할 뿐 아니라 도움이 가장 절실할 때 오히려 접견을 제한하는 '독소 조항'이다. 체포직후 48시간은 검찰이 피의자의 혐의를 입증하거나 자백을 받아낼 수 있는 중요한 시간이지만, 피의자는 변호인의 도움이 가장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피의자의 권리를 인정하지 않고 수사권만 강화했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구속기간 연장도 마찬가지다. 일부 중대하고 흉악한 범죄에만 국한한다지만 구속기간을 6개월까지 연장하는 것은 인권침해 소지가 크다. 현행대로 경찰 10일, 검찰 20일로 하거나 정 필요하다면 10일 정도 연장하는 것으로 족하다. 참고인 강제 구인제와 사법방해죄 신설도 무리하다.

사건 당사자도 아닌 참고인이 단지 범죄를 목격했거나 사정을 안다는 이유로 본인 의사에 상관 없이 강제로 수사기관에서 진술해야 한다는 것은 지나친 수사편의주의적 발상이다. 법무부는 국선변호인 확대, 석방제도 개선, 무죄사건 비용보상 등 괄목할 만한 인권개선조치에도 불구하고 일부 조항이 논란을 빚는 이유를 잘 살펴 개선된 초안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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