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전 후보는 23일 오전 후원회 사무실에 잠시 들른 뒤 옥인동 자택에 내내 머물렀다. 이날 점심 식사는 가까운 지인과 함께 했으며, 이후 자택에서 그 동안 도와 준 주변 인사들에게 감사 전화를 걸며 하루를 보냈다.한 측근에 따르면 그는 아직 앞날에 대한 구상은 전혀 하지 않았다. 당 일각에는 "일정 기간 쉬고 난 뒤 사무실을 열어 정치와 무관한 사회활동을 하게 될 것"이라는 말이 나돌고 있지만 이 측근은 "현재로서는 아무 것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당초 이 전 후보는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국회의원·지구당위원장 연석회의와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행사 시작 직전 이를 취소했다. 비서실장을 지낸 권철현(權哲賢) 의원은 "고별 기자회견까지 하고 당의 진로에 대한 당부까지 한 만큼 그것으로 매듭지어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당이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데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우려해 불참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 전 후보는 대신 권 의원을 통해 현재의 심경을 담은 인사말을 전했다. 이 전 후보는 인사말에서 "못난 사람이 또 다시 패장이 됐다. 당과 국민에게 큰 죄를 지었다"고 사과한 뒤 "국민에게 겸허한 마음으로 다가가 희망을 주라"고 당부했다. 그는 이어 "우리 당은 껍질을 깨는 아픔으로 새로 태어나야 한다"면서 "미래를 보고, 시대의 흐름을 보면서 자기 성찰과 혁신으로 사랑받는 당을 만들어 달라"고 거듭 밝혔다.
이 전 후보는 선거 패배 후 며칠간 옥인동 자택에 머물며 서청원(徐淸源) 대표를 비롯한 당직자와 의원들의 예방과 위로를 받으며 마음을 달래 왔다.
22일 밤 자택에서 비서실 관계자들과 만찬을 함께 한 자리에서는 "국민이 이번 선거에서 '변화냐 아니냐'라는 말에만 끌려 '무엇이 진정한 것인지'에 마음을 주지 못한 것 같다"면서 "하지만 언젠가는 이를 알게 될 것"이라고 아쉬움을 밝히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성욱기자 feel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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