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청소년 등의 대용마약으로 급속 확산돼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감기치료제나 근육이완제(본보 8월16일자 31면)를 대량으로 제조, 약국이 아닌 시장 등을 통해 유통시켜 온 제약회사 대표 등이 무더기로 검찰에 적발됐다.서울지검 마약수사부(정선태·鄭善太 부장검사)와 대전지검 서산지청(정진영·鄭鎭永 지청장)은 최근 2개월여에 걸쳐 마약대용약물 제조 및 판매행위에 대한 특별단속을 실시, H제약회사 사장 김모(48)씨를 약사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M제약회사 전 공장장 장모(53)씨를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23일 밝혔다.
이와 함께 판매업자 20명도 적발, 이 중 소모(48·여)씨 등 17명을 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1999년 10월∼2000년 3월 공장에서 생산한 근육이완제 'S정' 179만여정(도매가 1억2,500만원 상당)을 복용법 등을 표기하지 않은채 출고, 남대문시장 일대에 유통시킨 혐의다. 장씨 역시 자사 공장을 통해 감기치료제 '러미라' 10만3,000여정을 불법 제조해 팔아넘긴 혐의를 받고 있다.
■시장에 쌓아놓고 판매
검찰 관계자는 "최근 강력한 단속으로 마약을 구하기 어렵게 되자 대용약물이 확산되고 있다"며 "판매책과 공장이 직접 연계돼 약을 무분별하게 유통시켜 온 사실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들 약은 1,000정들이 한 통이 15만∼20만원으로 1회 투약분이 10만원에 달하는 히로뽕 등에 비해 가격이 싸고 구하기도 쉬워 윤락여성과 노숙자, 일부 청소년층 등을 중심으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적발된 판매책들은 남대문 일대 창고 등에 이들 약물을 수십만정씩 쌓아놓고 가출 청소년 등을 상대로 무차별적으로 팔아온 것으로 밝혀졌다.
■중독성 강해
브롬화수소산 덱스트로메트로판 단일제인 러미라는 일명 '루비킹'으로 불리며 감기, 만성기관지염, 폐렴 등의 치료제로 사용된다. S정은 근골격계 질환 치료제인 카리소프로돌 함유 제제로 근골격계 질환 치료에 사용된다.
이들 약물은 20∼30정 복용시 환각증상을 일으키고 정신장애, 호흡장애 등도 유발한다. 장기 복용하면 위나 간 등에 심각한 손상을 입혀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이 때문에 보건복지부는 오·남용 우려 의약품으로 지정, 처방전에 의해 2∼3정만 팔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향정신성 의약품 지정 시급
그러나 이들 약품들은 향정신성의약품으로 규제돼 있지 않다. 검찰 관계자는 "복용자는 처벌이 불가능하고 불법 판매업자 역시 처벌이 가벼워 재가담하는 사례가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조속한 시일 내에 이들 약품을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되도록 입법 건의하고 불법 유통조직에 대한 계좌 추적 등 수사를 더욱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강훈기자 hoony@hk.co.kr
박진석기자 jseok@hk.c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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