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이브다. 이날이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 산타클로스다. 산타클로스란 말은 270년 소아시아 지방 리키아의 파타라시에서 출생한 세인트 니콜라스의 이름에서 유래됐다. 그는 자비심이 많았던 사람으로 후에 주교가 되었고 천주교에서는 그를 성인으로 숭배하고 있다. 그의 이름은 라틴어로 상투스 니콜라우스인데 네덜란드에서는 산 니콜라우스라고 불렀다. 미국으로 이주한 네덜란드 사람들이 그를 산테 클라스라고 발음했고, 이것이 산타클로스로 변하게 됐다.■ 그런데 요즈음 우리가 만나는 산타클로스는 '상업적 사기'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에크하르트 비거 신부는 얼마 전 장밋빛 코와 뺨에 붉은 옷을 입은 채 윙크하는 산타클로스의 모습은 코카콜라와 광고회사가 돈을 더 벌기 위해 만들어 낸 것이라며 이에 맞서 반대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고 외신은 전했다. 지금의 산타클로스는 1931년 스웨덴 출신 미국인 화가인 선더블롬이 코카콜라의 크리스마스 광고용 캐릭터로 개발한 뒤 모방물들이 계속 생겨났다는 것이다.
■ 독일 코카콜라 회사의 대변인도 이를 인정했다. 선더블롬은 당초 뺨이 발그레한 코카콜라 회사 트럭 운전사를 모델로 삼았다는 것이다. 비거 신부는 산타클로스 반대 운동을 펼치고 있지만 하나의 단서를 달고 있다. 성탄 선물까지 막아 어린이들이 실망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며, 빈 껍데기에 불과한 산타클로스 형상보다 세인트 니콜라스를 사람들의 관심 한 가운데로 되돌려 놓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지적은 더 날카롭다. 교황은 "단순 소박한 성탄절의 정신은 집요한 상업주의 광고에 의해 묘사된 성탄절의 이미지와 상반된다"며 "친지 사이에 선물을 주고받는 아름다운 전통마저도 소비 지향적 사고의 영향으로 진정한 의미를 잃을 위기에 처했다"고 경고했다. 오늘은 산타클로스의 선물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산타가 되어 무엇을 줄 수 있을까를 생각하는 날이 되었으면 한다. 교황은 '가난하고 궁핍한 사람들에 대한 따뜻한 온정과 연대'를 강조했다.
/이상호 논설위원s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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